가오리

2022년 01월 01일 by 한숨은 이제 그만
반응형

가오리류는 세계적으로 7과 320여종이나 되고 우리 나라에는 수구리과, 홍어과, 전기가오리과 등 6과 21 종이 알려져 있는데, 이 중에 홍어(洪魚)를 제일로 치고 있다. 홍어는 예로부터 회로 먹기도 하고, 말려서 먹기도 하는 등 널리 식용으로 해 온 친근감 있는 가오리 종류다.

홍어를 비롯한 가오리류는 아이들이 날리는 가오리연과 매우 흡사하게 생겼고, 입은 배 쪽에 있기 때문에 바닥에 있는 먹이만 먹을 수 있어 항상 바닥에 붙어서 산다.

가오리는 상어와 함께 연골어류에 속하지만 그 형태나 생활 방법은 양자가 서로 다르다. 상어는 체형이 방추형이고 유영생활을 하는데 비해 가오리는 모두 납작한 종편형이며 저서 생활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연골어류는 부력을 조절할 수 있는 부레가 없다. 이 때문에 바다의 중층에서 유영생활을 하는 상어는 몸통과 꼬리지느러미를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하므로 에너지의 소모가 많은 불리함이 있다.

여기에 비해 가오리류는 운동에너지를 줄이기 위하여 저서 생활을 택했고 체형도 저서 생활에 알맞는 종편형으로 진화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또 가오리류는 운동을 할 때 체반 중의 가슴지느러미 부분을 파상으로 움직여서 유영을 하므로 꼬리와 꼬리지느러미는 퇴화되어 회초리 모양으로 변했다.

가오리 중에는 꼬리의 등쪽에 날카로운 가시를 가지고 있는 종류가 많은데 이 가시는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공격이나 방어를 할 때에는 꼬리를 높이 세우고 좌우로 흔들면서 찔러 버리기 때문에 살아있는 가오리를 만질 때는 주의를 해야 한다. 가오리의 가시에 찔리면 일종의 신경독이 주입되어 심한 통증을 일으키고, 간혹 설사나 구토를 하기도 하고, 호흡곤란이나 실신을 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은 과망간산카리나 요오드카리 용액에 씻거나 더운물에 1시간 정도 담그고, 항경련제를 주사하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장뇌(腦)를 녹인 물에 담그게 하고 있다.

자산어보 (1814)에는 가오리의 꼬리 사용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재미있게 설명을 하였다.

즉, “有物侵之則搖其尾飄風之葉以禦其害, 적이 침입을 하면 그 꼬리를 회오리바람에 날리는 나뭇잎과 같이 이리저리 움직 여서 피해를 방어한다.”

우리 나라에는 2종류의 홍어가 유명하다. 하나는 전라도 지방의 특산물이고, 발효를 시켜서 먹는 홍어인데, 이 종류의 표준명은 눈가오리(참홍어, Raja pulchra)이다. 전장 1m이상의 대형이며 주로 전남 흑산도 근해에서 잡힌다. 다른 하나는 전장 40㎝쯤 되는 작은 홍어(R, kenojei)인데 횟감으로 많이 쓰이고 우리 나라 전 연안에 서식하고 있다. 그런데 전라도 지방에서는 전자를 홍어라 하고, 후자는 간재미라 부른다. 지금도 전라도 지방에서는 잔칫상의 가장 중앙에 자리잡는 음식이홍어이고, 아무리 잘 차린 잔칫상이라도 홍어가 없으면 인사를받지 못한다. 특히 흑산도나 목포, 영광지방의 홍어는 너무나 유명하다.

수컷 홍어, 암컷 홍어

그림 1. 홍어 (수컷 A, 암컷 B)


홍어는 분어(鑛魚), 해음어(海淫魚), 고동무치, 간쟁이 등의다른 이름도 있고, 영어로는 참홍어를 Mottled skate, 홍어를 Skateray라 하고, 일본에서는 전자를 Meganekasube, 후자를 Gangiei(E木鑛)라 한다.

참홍어는 전장 1.5m 나 되고, 수명은 5~6년으로 추정되며,겨울에서 봄에 걸쳐 낚시로 잡는데 최근에는 어획량이 줄어잡는 사람도 드물다. 그러나 목포 지방에는 홍어를 판매하는 상점이 많이 있는 것으로 보아 외국 수입산을 주로 취급하는 것 같다.

상어나 가오리 같은 연골어류는 외견상 암수가 확실히 구별된다. 수컷은 체반과 꼬리의 경계부분 좌우에 배지느러미의 일부가 변해서 된 길다란 막대기 같은 교미기(파악기)가 2개 있고, 암컷은 이 교미기가 없다(그림1, A, B).

상어나 가오리 등 연골어류는 모두 교미를 하여 체내수정을 한다. 가오리류의 교미자세는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홍어는 암수가 배를 서로 맞대고 꼬리를 새끼 꼬듯 꼬아서 떨어지지 않게 한 뒤, 수컷이 교미기를 암컷의 자궁 내에 삽입하여 정자를 사정한다.

체내수정을 한 가오리류는 알을 낳는 종류도 있고 새끼를 낳는 종류도 있다. 홍어, 살홍어, 도랑가오리, 묵가오리 등은 알을 낳지만, 노랑가오리, 전기가오리, 매가오리, 쥐가오리 등은 새끼를 낳는 태생이다.

홍어는 봄철에 4~5개 정도의 알을 낳는데, 옛날 아이들은 이 알로 꽈리를 만들어 불기도 하였다. 알은 갈색의 각질(角質)이고 가운데가 약간 볼록한 직사각형에 가깝고 네 모서리에는 뾰족한 돌기가 있다.

홍어는 다른 물고기와 달리 상한 것을 먹어도 식중독을 잘 일으키지 않는 고마운 물고기다. 이런 성질을 이용하여 예로부터 홍어는 발효시켜서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죽은지 30분만 지나면 벌써 썩는 냄새가 날 정도로 발효가 빠른 것이 홍어다. 그러나 식용으로 할 때는 오히려 많이 발효하여 코를 찌르는 암모니아 냄새가 나야만 홍어 특유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전남 목포 나주 함평 지방의 명물 중에 홍탁(洪濁)이란 것이 있는 데, 홍(洪)은 홍어를, 탁(濁)은 탁주를 말한다. 홍어를 토막내어 솔잎을 깐 단지에 넣고 밀봉을 해두면 보통은 7~8일, 더운 여름이면 2~3일 만에 발효가 된다. 과거에는 퇴비더미속에 넣어서 발효시키기도 하였다. 발효한 홍어에서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찌를 즈음에 꺼내어 탁주 안주로 초장에 찍어 먹는 것을 “홍탁”이라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홍어에 돼지고기수육과 김치를 얹어 먹기도 하는데 전남 사람들은 이를 “삼합”이라 한다. 어찌나 암모니아 냄새가 심하게 코를 찌르는지 처음 먹는 사람은 눈물을 흘리지 않고는 먹지 못할 정도다. 홍탁을 맛보지 않고는 홍어 운운하면 좀 우스운 얘기이고, 목포에 가서 홍탁을 맛보지 않으면 간 보람이 없다 할 것이다.

왜 홍어를 비롯한 가오리 종류들은 암모니아 냄새가 나는 것일까?

상어나 가오리 등 연골어류는 체내의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즉, 삼투압을 조절하기 위하여 근육이나 혈액에 요소(尿素)와 Trimethylamine oxide(TMAO)라는 물질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사후 시간이 경과하면 요소는 우레아제 등 효소의 작용에 의하여 암모니아로 분해가 되고, TMAO는 세균의 효소에 의하여 Trimethylamine(TMA)로 변하기 때문에, 특유의 암모니아 냄새가 나고 코끝을 자극하는 원인이 된다. 이 암모니아는 사람이 먹어도 아무 탈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생선이 상하기 쉬운 여름철에 내륙지방까지 운반하여 먹어도 아무 탈이 없었으니, 전라도 지방에서 생선 중 홍어를 제일로 치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이 요소나 TMAO는 비중이 가벼운 물질이므로 부레가 없는 상어나 가오리의 몸을 가법게 하는 효과도 있는 것 같다.

자산어보에 의하면 홍어 낚시를 하면 암컷은 낚시미끼를 물고 수컷은 암컷의 등에 붙어서 두 마리가 동시에 낚여 올라오는데, 이 경우 암컷은 먹는 것을 밝히다가 목숨을 잃고 수컷은 여색을 탐하다가 죽게 되므로 이는 사람들에게 좋은 교훈이 된다고 하였다.

즉, “性者含的而伏則桃者就而交之學則並隨而上唯死於食雄 死於淫可爲淫者之,

암컷이 낚시를 물고 엎드릴 때 수컷이 여기에 붙어서 교합하다가 낚시를 끌어올리면 암수 모두 낚시에 달려 올라오는 데, 암컷이 죽는 것은 먹는 것 때문이고 수컷이 죽는 것은 음탕함 때문이다. 모름지기 재물을 탐하는 자와 음탕한 자의 교훈이 된다."

또 자산어보에는 썩은 홍어국은 숙취를 푸는데 제일이고, 뱀 에게 물린 곳에는 홍어껍질을 붙이면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羅州近邑之人好食其紋者嗜好之不全也胸腹有藏瘦宿疾者取 髓者之疑者作羹飽之能驅下穢惡又最能安酒氣又蛇忌鹹魚故 其腥水所棄之處蛇不敢近几蛇咬處傳其皮良效,

나주부근에 사는 사람들은 썩은 홍어를 좋아하는데 기호는 같지 않다. 속에 징가병이 있는 사람은 썩은 홍어로 국을 끓여 먹으면 더러운 것이 제거된다. 또 술기운을 없애주는 데도 매우 효과가 있다. 또 뱀은 가오리를 싫어하기 때문에 가오리 씻은 비린내 나는 물을 버린 곳에는 뱀이 가까이 오지 않는다. 뱀에게 물린 데에는 가오리 껍질을 붙이면 효과가 좋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