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복치

2022년 01월 12일 by 한숨은 이제 그만
반응형

머리만 남겨놓고 몸통과 꼬리가 잘려나간 것 같은 기묘한 형태의 어류가 동해안 지방의 어시장에 가끔 올라온다. 개복치라는 종류인데, 다른 지방에서는 좀 생소한 어류이다.

개복치는 생김새도 특이하거니와 크기도 상당히 크다. 전장 1~3m 정도는 보통이고, 크게 성장한 것은 전장 5.5m, 체중 1.4톤이나 된다고 하니, 기중기가 아니면 잡아 올릴 수 없을 정도이다.

개복치는 분류학적으로 복어목 개복치아목 개복치과에 속하므로 복어류와 가까운 종류인데, 우리 나라에는 개복치(Molamola 그림3, A)와 물개복치(Masturus lanceolatus 그림3, B) 2종이 알려져 있다.

옛날에는 청장니어(靑障泥魚) 혹은 고사(枯枝)라 하였고, 경북지방에서는 개복치, 골복짱이, 부산지방에서는 안진복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Head fish, Ocean sunfish, Moon fish라 하고, 중국에서는 차바퀴와 같이 둥글다고 하여 C車魚, 일본에서는 Manbo(車魚)라 한다.

세계의 온대 및 열대해역에 널리 분포하고, 외양성이 강한편이며 난류를 따라 고위도 해역에 간혹 올라오기도 하고, 연안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동해남부 포항,구룡포, 강구 등지에서 여름철에 소량 어획되는데, 살을 토막내어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서 초장에 찍어 먹거나, 생으로 회를 해먹기도 하고 국을 끓여 먹기도 한다. 특히 내장의 수육은 맛이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 살은 희고 오징어보다 더 연한 편이다.

개복치는 원래 깊은 바다의 중층에 서식하는 어류이지만, 바람이 없고 파도가 고요한 맑은 날에는 이따금씩 표층에 떠올라 등쪽을 노출시킨 체 표류하는 습성이 있다. 표류를 하는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하지만, 일광욕을 즐긴다고도 하고, 또죽기 직전의 개체가 물위에 떠오른다고도 한다. 떠 있는 개복치를 멀리서 바라보면 거북이나 나무토막 같이 보인다고 하여,부구(浮E)라는 별명도 있다.

몸은 타원형에 가깝고 약간 측편되어 있으며, 등쪽은 청색,배쪽은 회백색이다. 몸의 후반부는 퇴화되었기 때문에 잘려나간 것 같이 보이고, 끝부분에 꼬리지느러미가 있으나 다른 어류와 같이 추진력을 내지는 못하고 방향을 잡는 지느러미, 즉타기(鶴) 역할을 하며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다.

피부에는 골질 판이 묻혀있고 밖으로는 견고한 치상돌기가노출되어 있어 상어 피부보다 더 거칠다. 특히 두부쪽 치상돌기는 매우 견고하기 때문에 칼을 문질러 칼날을 세우기도 한다.

척추골은 17~19개 밖에 없고, 부레도 없다. 보통의 어류와같이 몸을 좌우로 움직여서 유영을 하지는 못하고, 몸의 뒷부분에 대칭적으로 있는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를 좌우로 움직여서 유영을 하는데, 복어의 유영방법과 흡사하다.

일반적으로 어류는 눈을 깜박일 수 없지만, 개복치는 놀라게되면 눈을 감는 이상한 버릇을 가지고 있다. 나이를 알아볼수 있는 형질이 마땅치 않아 연령사정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으며, 추정 수명은 20년 전후로 보고 있다.


그림3. 개복치류 (A, 개복치B, 물개복치)


물개복치는 개복치와 모양이 흡사하지만, 꼬리지느러미의 중앙에 있는 연조 몇 개가 길게 연장되어 창()과 같이 뾰족한모양으로 된 것이 특징이다. Sharptail mola 라는 영명은 꼬리지느러미의 형태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크기는 개복치와 비슷하며, 전장 3m 전후이다.

이들 개복치류의 식성은 육식성이라 할 수 있으나, 기동성이약하므로 입 가까이에 있는 먹이를 먹는 데, 부유성 갑각류 등의 플랑크톤이나 작은 물고기를 주로 먹는다. 그런데 특이한것은 해파리를 대단히 즐겨먹는다는 것이다. 간혹 위 내용물중에는 멸치, 게, 잡어 등이 발견되기도 하지만, 해파리가 상당히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수분이 80% 이상인 해파리를먹고 어떻게 3m까지 크게 성장을 할 수 있고, 또 거대한 체구의 체력을 유지해 나가는지 불가사의한 일이다.

개복치는 생김새도 특이하지만, 보다 특기할 만한 것은 다산(多産)을 한다는 점이다. 현존하는 어류 중 가장 많은 알을낳는 어류인데, 약 3억 개의 알을 낳는다고 하니 실로 엄청나다. 비교적 산란수가 많은 어류로 알려진 붕장어 1,000만개,대구 300만개, 넙치 45만개는 비교도 안될 만큼 많이 낳는다.

개복치의 알은 반부성란이고, 수정율이나 부화율이 매우 낮고, 치자어기에 죽는 개체가 많다. 또한 어느 정도 성장을 하여도 운동력이 둔하여 상어나 새치 등 육식성 포식자로부터습격을 받기 쉬워, 종족 보존책으로 다산을 선택하였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넓은 대양에서 어떻게 암수가 만나서 번식을 하고, 또 알에서 부화한 3.2mm의 작은 새끼가 거대한 개복치로성장하는지 등의 생태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점이다. 개복치의 부화 유생은 어미와는 달리 복어형 유생이고,조금 성장을 하면 삼각형의 돌기가 발달하는 Ostracion boopsstage로 되고 이후 긴 가시가 생겨나는 Molacanthus stage를 거친 다음 성어 형태로 변태를 하므로 매우 복잡한 변태과정을 거쳐서 발생을 한다.

중국에서는 개복치의 간은 칼에 다친 상처나 복통의 약으로쓰고, 또 뼈가 연하게 되는 병에도 효과가 있다고 전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