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성종 때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는 우리 민족은 고등어를 영양식품으로 즐겨먹고, 고등어 어업도 경영해 왔다는 기록이 있다. 이런 사실로 보면, 고등어는 오래 전부터 서민들의 밥상에 깊숙이 자리잡은 어류라 생각된다. 게다가 최근에는 DHA와 EPA가 많은 등푸른 생선이라 하여 소비량이 급증하게 되었다.
DHA(Docosahexaenoic acid)와 EPA(Eicosapentaenoic acid)는 불포화지방산으로 생리활성물질이며 고등어, 정어리, 전갱이, 꽁치, 다랭이 등 등푸른 생선에 많이 들어 있다.
전자는 혈관 관련 성인병을 억제 · 예방하고, 기억력이나 학습기능을 향상시키는 건뇌성분으로 알려져 있고, 또한 노인성 치매 방지에도 효과가 있다하여 관심을 끌고 있다. 후자는 혈전예방 및 중성지질과 LDL-콜레스테롤을 억제하여 동맥경화,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중풍 등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자산어보(1814)에는 고등어를 벽문어(紋魚), 속명은 고등어(軍登魚)라 하였는데, 벽문어는 “背碧有紋, 등은 푸르고 무늬가 있다”라는 말을 줄여서 만든 이름이다. 또 다른 고서에는 고도어(古都魚,古道魚)라고 기록되어 있다.
고등어의 생태에 대하여 자산어보에는 "낮에는 유영속도가 빨라서 잡기 어렵고, 성질이 밝은 곳을 좋아한다. 그러므로 불을 밝혀 밤에 낚는다. 맑은 물에서 놀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물을 칠 수가 없다.” 라고 하였는데, 현대 과학에 비추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관찰 기록이다. 또 1750년경부터 목포 서쪽 근해에서 고등어의 풍어가 시작되어 1805년 경까지 계속되었다고 하니 풍어가 무려 55년간이나 지속된 셈이다. 그 후에는 해마다 줄어들어 1814년에는 거의 잡히지 않았으며, 반대로 영남 해안에는 새로 고등어 떼가 나타났다고 기록되어 있다.
고등어의 이런 회유경로 변화는, 제주도 부근에 어군이 도달했을 때 해류나 먹이의 변화에 따라 서해 또는 동해로 회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등어는 등쪽이 녹청색이고 불규칙한 검은색 물결무늬가 있으며 배쪽은 은백색인데 이것은 아주 이상적인 보호색이다.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바다는 푸르게 보일 뿐 아니라 잔잔한 물결도 보일 것이다. 반대로 바다 속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백색으로 보인다. 고등어는 여기에 적응하여 위쪽에서 내려다보거나 아래쪽에서 올려다보아도 쉽게 노출도지 않도록 잘 설계된 보호색을 띠고 있다. 고등어 외에 멸치, 정어리, 꽁치, 다랭이 등도 표층 유영성이기 때문에 등은 푸르고 배는 은백색으로 되어 있는 훌륭한 보호색을 하고 있다.
고등어는 군유성, 야간 유영성, 주광성, 표중층 회유성 등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림 5. 고등어
물의 밀도는 공기에 비해 800배나 되기 때문에 어류는 심한 저항을 받는다. 따라서 빠른 속도로 대양을 유영하는 어류들은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려는 체형 즉 방추형의 어류가 많다. 고등어의 체형이 방추형의 대표적이다. 이 방추형이 액체 속에서 저항을 적게 받고 가장 효율적으로 지속적인 운동을 할 수 있는 체형이다.
모형실험 결과로는 방추형의 물체가 받는 저항이 최소로 되려면, 그 길이가 단면 최대 직경의 4.5배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실제로 방추형에 속하는 고등어나 상어 같은 어류의 체장은 몸 단면 최대 직경의 약 3.5~5.5배 정도이고, 두부에서 보아 1/3~2/5되는 지점에 단면 최대 직경이 있으므로, 유영속도 면에서 본다면 어류의 체형 중 고등어와 같은 방추형이 가장 이상적인 체형이라 할 수 있다(그림5).
이 외에도 고등어는 비늘이 거의 퇴화되어 물의 저항을 줄일 수 있고, 꼬리자루가 매우 가늘고, 꼬리지느러미는 반월형에 가깝고, 몸을 구성하고 있는 근육에는 적색근의 비율이 많아, 빠르고 지속적으로 유영을 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어류 중의 하나이다. 항상 바다의 표층이나중층을 회유하는 고등어의 습성에 적합한 체형과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일본에서 고등어 선망어업이 채 시작되기 전에 일본의 수산공무원 한 사람이 유럽에서 대서양의 고등어 선망어업을 배워 왔다. 일본으로 돌아온 후 자신이 배워온 선망의 시험조업을 하기 위하여 관계인사와 어민들을 초빙하는 등 단단히 준비를 하여 바다로 나갔다. 이윽고, 고등어 어군을 찾아서 그물로 둘러 싼 다음 조임줄을 서서히 조였더니, 글쎄 고등어는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다시 시도하여 보았지만, 두 번째도 역시 잡히지 않았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대서양에서는 그렇게 많이 잡히던 고등어가 한 마리도 잡히지 않다니 유학까지 다녀온 이 공무원의 체면은 완전히 구겨지고 말았다.
어구의 설계나 조작에 관한 기술은 거의 완벽하게 습득하였지만, 한가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부레가 있는 어류는 상하운동이 자유롭지만, 부레가 없는 어류는 상하운동이 부자연스럽다는 어류의 생태를 몰랐던 것이다. 실제로 대서양산 고등어(Sconber scomber)는 부레가 없기 때문에 상하운동이 부자연스러워 선망의 조임줄을 서서히 조여도 아래로 빠져나가지 않지만, 우리 나라 및 일본 근해산 고등어(S.japonica)는 부레가 있기 때문에 조임줄을 빨리 조이지 않으면 모두 아래로 빠져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업이나 양식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산동물의 생리나 생태를 자세히 알지 못하면 성공할 수가 없다는 교훈을 주는 일화이다.
고등어는 다른 어류에 비해 부패가 빨리 일어난다. 이것은 적색근육이 강한 효소에 의하여 자가소화가 빨리 일어나기 때문이다. 또 고등어 살에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Histidine이 많이 들어있어 (전갱이의 약 3배, 감성돔의 약 100배) 고등어 의 독특한 맛을 내고 있다. 그러나 Histidine은 사후 선도가 저하되면 Histamin으로 변하여 식중독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이 된다. 가끔 선도가 저하된 고등어를 먹고 두드러기, 복통, 구토, 발열 등이 일어나는 식중독은 이 Histamin에 의한 식중독이다.
고등어의 근육에는 붉은색 근육인 적근(赤筋,赤色筋,而合筋, red muscle)이 다른 어류에 비해 월등히 많다. 적근은 근육섬유가 매우 가늘고, 혈관이 많이 분포되어 있을 뿐 아니라 myoglobin이나 chitochrom 같은 색소가 많아서 붉게 보인다. 운동시에는 이 적근은 혈액에서 산소를 공급받아 지질(脂質)을 산화하여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산소가 계속 공급되면 지속적으로 장시간 운동을 할 수 있다. 뿐만아니라 쉬지 않고 장시간 유영을 하여도 쉽게 피로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백근보다 약 5배 정도의 산소를 소비하고, 힘찬 운동을 하기에는 부적당하다. 이러한 이유로 넓은 바다를 쉬지 않고 유영하는 고등어 등이 적근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고등어 이외에 참치, 새치, 방어, 꽁치, 정어리, 전갱이 등 속칭 등푸른 생선들이 이런 적근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적근이 거의 없고 흰색근육인 백근(白筋) 만을 가진 어류도 많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아버지가 밥상을 마주하고 밥을 먹게 되었는데, 아버지가 먼저 따끈한 생선국을 한 술 떠먹고는 “어-시원하다” 라고 했다. 아들 녀석이 아버지의 말을 듣고는 자기도 국을 떠먹있다. 어찌된 일인지 시원한 것은 고사하고 입술이 델 정도로 뜨겁지 않은가. 이때 아들은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도 없네” 라고 했다는 농담이 전해지고 있다. 예로부터 우리 나라 사람들은 생선으로 끓인 뜨기운 국물을 먹고도 시원하다고 표현을 했다. 지방질이 적어 니글기리지 않고 담백하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생선국이라하여 모두 시원한 것은 아니고 넘치, 양태, 가지미, 대구, 명태, 복어, 아귀 등으로 끓인 국을 시원하다고 한다. 이런 어류들의 근육은 적근이 거의 없고, 한결같이 회고 지방질이 매우 적은 백근으로 되어 있다.
이 백근은 근육섬유가 적근 보다는 굵고, myoglobin 등의 세소가 적어서 백색으로 보인다. 박근은 glycogen을 에너지원으로 하여 혐기적인 해당 반응으로 운동을 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큰 힘을 낼 수는 있으나, 연속적으로 운동을 하면 쉽게 피로해지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운동력이 비교적 룬한 저서성 어류나 연안성 어류 중에 양데, 아귀, 대구, 명데, 넘치, 가자미 등이 이런 백근을 가지고 있다.
적근과 백근을 함께 가지고 있는 어류는 보통 유영시에는 주로 적근만을 움직이고 박근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먹이를 추격하거나 도망을 가는 등 급격히 유영을 한 매는 순간적으로 큰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백근과 직근을 함께 움직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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