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를 날아다니는 날치무리는 세계적으로 약 53종이 나되고, 이중 40여종이 태평양에 서식한다. 분류학적으로는 동갈치목 날치아목 날치과에 속하고, 우리 나라에는 제비날치,새날치, 날치, 매날치, 황날치, 쌍날치 등 6종이 알려져 있으며,주로 남해안 및 동해남부에 많이 서식한다. 영어로는 Flyingfish, 중국에서는 燕魚,燕籍魚,飛魚라 하고 일본에서는 飛魚(Tobiuo)라 한다.
날치류의 몸 구조는 다른 어류와는 달리 비행에 알맞게 변해있다. 몸의 단면은 등쪽이 넓고 배쪽이 좁은 역삼각형이며,가슴지느러미가 매우 커서 날개역할을 하고, 또 꼬리지느러미는 상엽보다 하엽이 더 큰 등 비행에 편리하도록 변화되어 있다(그림9). 보통의 날치들은 가슴지느러미만을 날개로 하여비행을 하는 단엽기이지만, 쌍날치와 같이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를 함께 날개로 사용하는 복엽기도 있다.
어류 중에는 수면위로 뛰어 오르는 도약습성이 있는 종류가 있는데, 이 도약습성이 극도로 발달하여 비행으로 이어진 것 같다. 수면위로 도약하는 어류는 학공치, 꽁치, 동갈치, 숭어, 농어, 쥐가오리, 잉어과 어류 등 주로 수면에 접할 기회가 많은 표층성 어류들이다. 날치도 처음에는 이런 도약을 하다가 발전을 거듭하여 비행을 하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림 9. 날치(Cypselurus)
어류가 수면 위에 도약을 할 때에는, 몸을 수면위로 완전히 노출시키지 않고 일부만 노출시키는 가장 원시적인 도약(잉어과의 소형 담수어)도 있고, 몸을 비스듬히 하고 공중을 향해 뛰어 올라 일직선으로 최고 높이까지 달하면 수직으로 낙하하는 도약도 있다. 이 경우 낙하시 머리를 위로하고 낙하하거나, 몸을 비스듬히 옆으로 하는 것, 머리를 아래로 하는 것 등 변화가 많다.
어류의 이런 도약이나 비행의 원인에 대하여는 정확한 결론은 없지만, ①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②먹이를 잡기 위하여 주위 환경이 부적합할 때 ④기생충을 탈락시키기 위하여 ⑤일종의 유희 본능(일몰시 잉어, 숭어의 도약이나 달밤에 날치의 집단 비행 등) ⑥생식시 흥분에 의한 도약 등으로 해석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날치는 왜 공중으로 날아다니는가? 다시 말하면 비행 동기는 무엇인가? 학자에 따라 여러 가지 이견이 있으나, 추격해 오는 적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공중으로 날아오른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항해하는 선박의 주위에서 갑자기 날치가 날아가는 것도 선박의 엔진소리를 적으로 오인한 나머지 놀라서 비행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야간에는 간혹 어선의 불빛에 유인되어 비행을 하는 경우도 있다.
날치가 비행을 할 때에는 작게는 한 마리가 단독비행을 하기도 하나, 많을 때에는 수십 마리가 집단 비행을 한다는 것을 Hubbus가 멕시코만과 카리브해에서 447회나 관찰하여 밝혀내었다.
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표층 바로 아래에서 시속 70m 정도의 빠른 속력으로 유영을 하다가 머리를 해면 위로 내밀고, 가슴지느러미를 옆으로 활짝 펴서 수평을 유지하고, 동시에 꼬리지느러미를 1초에 50~70회 정도 좌우로 강하게 흔들어 5~10m 간혹 20m까지 해면 위를 활주한 다음, 꼬리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로 해면을 강하게 치면서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이때는 배지느러미도 활짝 펼친다.
그런데 비행을 할 때에는 가슴지느러미를 새의 날개와 같이 펄럭이는가, 아니면 글라이더의 날개와 같이 단순히 몸의 평형 유지에만 관계하는가에 대하여 과거 학자들간에 갑론을박한바 있다. 그런데 날치의 가슴지느러미는 단순히 평형을 유지하고, 부력을 얻고, 방향전환을 하는 데만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서 글라이더의 날개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때문에 비행의 원동력이 다하면 어체는 낙하하게 된다. 만약 연속 비행을 하고자 할 때에는, 해면에 살짝 착수한 다음 꼬리지느러미를 강하게 흔들어서 비행원동력을 새로 얻은 후에 다시 날아올라야 한다.
이런 비행에 적응하여 날치의 가슴지느러미는 새의 날개와 같이 크고, 꼬리지느러미가 다른 어류와는 달리 아랫자락이 윗자락보다 더 길게 되어 있다(그림9). 날아오를 때에는 최후까지 물 속에 머물고 착수를 할 때에는 제일 먼저 물에 닿는 부분이 바로 꼬리지느러미의 아랫자락이다. 마치 비행기가 활주로에 이·착륙하는 모습과 흡사하다.
날치의 비행코스를 측면에서 보면 포물선적 비행이고, 위에서 보면 직선적 또는 좌우로 원을 그리는 커브비행을 하기도 한다. 비행 고도는 3~7m가 보통이고, 한번 비행을 하면 100~500m까지 날아갈 수 있다. 비행시간은 Hubbus가 195회나 관찰한 결과 순간에서 17초 사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날치는 이 빠른 비행 속도 때문에 장애물이 있어도 방향전환을 하지 못하고 가끔 지나가는 선박이나 장애물에 부딪혀 뇌진탕으로 죽는 경우가 있고, 바다와 인접한 산이나 들판에 잘 못 착륙하여 죽는 경우도 가끔 있다.
매우 드문 일이기는 하나 날치가 비행을 할 때 또 숭어나 농어가 도약을 할 때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가 지나가는 선박의 갑판 위에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물고기가 배 위에 떨어지거나 뛰어오르는 것은 길조인가 아니면 흉조인가? 옛부터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물고기가 배 위에 뛰어들면 길조라 여기고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고사에 의하면 붉은 기를 군기로 한 주나라 武王이 백기를 군기로 한 은나라 王을 토벌하기 위하여 孟津에서 황하를 건널 때 白魚라는 물고기가 배 위에 뛰어 올라 왔다. 백어가 배 위에 뛰어 오른 것은 적군이 항복할 징조라 하여 武王은 매우 즐거워하였다. 결국 무왕은 은나라를 멸하고 천하를 다스리게 되었다고 한다.
비교적 최근 일본의 예로는 히로이토 일왕이 태자로 있을 때 배를 타고 유럽으로 여행을 하게 되었다. 배가 동중국해를 지나갈 때, 히로이토가 탄 배와 호위함에 거의 동시에 세 마리의 날치가 떨어졌다고 한다. 武王의 고사를 생각하고 모두들길조라고 좋아하였다. 당시로서는 중국을 정복하고 아시아를 영구히 지배할 꿈을 꾸고 있었던 일본이라 무왕의 고사를 믿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히로이토가 왕이 된 후 일본은 2차대전에 패망하여 왕 자신이 항복을 하는 한심한 처지가 되어버렸다.
자산어보 (1814)에 의하면 날치는 비어(飛魚), 속명으로는 날치어(辣時魚)라 하였고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有翼如鳥色靑鮮飛則張之能至數十步味極薄劣芒種時聚于海岸產卵渔者藝嫁用鐵錢雖捕之只產於紅衣可佳島而黑山間有之, 날개가 있어 새와 같고, 푸른색이 선명하고, 한 번 펼치면 수십 보를 난다. 맛은 매우 싱겁고 좋지 않다. 망종 무렵 해안에서 산란을 한다. 어부들은 불을 밝혀 작살 같은 것으로 잡는다. 그 산지는 홍의 가가도이지만, 흑산도에서도 가끔 난다.”(홍의도는 지금의 홍도를, 가가도는 소흑산도를 말함).
또, “其性喜明漁者乘夜設網而設療魚乃望飛入網或爲人所A 則飛落於原野此即文幅也, 그 성질이 밝은 것을 좋아하므로 어부들이 밤에 그물을 치고 불을 밝히면, 날치는 무리지어 날아와 그물에 걸린다. 가끔 사람에게 쫓겨서 들판으로 날아가 떨어지기도 한다. 이것이 곧 문요어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조상들은 날치의 생태에 대하여 자세히 알고 있었으며 식용으로 하기 위하여 어획한 것 같다.
날치류는 위가 작고, 부레는 매우 큰 데, 이것은 비행을 할 때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한 것이다. 식성은 동물성 플랑크톤식성이고 주로 갑각류를 잘 먹는다.
체장은 30cm 전후이고 1~2년만에 성숙하며 수명은 약 5~6년이다. 초여름에 연안으로 몰려와 산란을 하는데, 알에는 가는 털과 같은 약 40개의 알끈이 있어 모자반 등 해조류에 감아 놓는다. 해조류에 부착된 날치알을 보면 크리스마스트리에 달린 빛나는 꼬마전구를 보는 듯 매우 아름답고 환상적이다.
그런데 날치의 알을 연어알과 같이 초밥 등에 고명으로 얹어서 먹는다. 과거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것이나 최근에는 비싼 값으로 팔리고 있어, 해조류에 부착된 알을 모두 먹어 버린다면 날치 자원이 고갈되지나 않을지 염려스러운 일이다.
날치무리 이외에도 별쭉지성대류나 남아프리카의 담수어인 Pantodon buchholzi 등도 비행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아주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남아메리카의 담수어에 서식하는 Gastropelecus(9~10㎝ 정도의 소형어)는 발달한 가슴지느러미로 3~5m의 단거리를 날 수가 있다.
아무튼 인간이 만든 비행기의 모양이나 비행동작이 날치와 너무나 흡사하여, 비행기를 설계하거나 제작하는 데 이 날치의 형태를 모방한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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