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묵

2022년 01월 15일 by 한숨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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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에서 겨울철에 많이 잡히는 도루묵(그림13)은 고급어류에 속하지는 않지만, 그 이름만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도루묵은 예로부터 도루묵이, 도루맥이, 은어(銀N), 목어(木瓜), 도루묵, 환목어(還木), 환맥어(還麥) 등으로 불리었는데, 은어라고 하게 된 유래에 대해서는 전어지에

“價心光白如傳雲母物故土人銀, 배꼭이 운모분과 같이 희고 빛이 나므로 그 지방사람들이 은어라 부른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 도루묵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조선 정조때 이의봉(李義鳳)이 편찬한 고금석림(古今經林)과 조선 말기에 조재삼(趙在三)이 지은 송남잡지(南維融) 등에 그 유래가 소개되어 있다.고금석림에 의하면, 고려시대 어느 임금이 동해안 쪽으로 피난을 하였을 때, 목어(木)라는 물고기를 먹었더니 맛이 매우 좋아 왕은 목어라 하지 말고 은어(銀)로 고쳐 부르게 하였다. 훗날 임금이 환궁을 한 다음 피난시절에 맛있게 먹었던 그 맛이 그리워 다시 먹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궁중에서 온갖 산해진미를 먹고 있는 터라 맛이 있을 리 없었다. 이에 임금은 원래의 이름인 목어로 도로 바꾸어 부르도록 명하였다. 다시 말하면 원래의 이름인 목어로 되돌아왔다하여 도루목(도도루묵), 즉 還木魚가 되었다는 것이다.

또 일설에는 조선시대에 인조임금이 이괄(李适)의 난을 피해 공주로 피난을 하였을 때 도루묵을 먹었다는 설도 있으나, 당시에 공주에서 어떻게 도루묵을 먹을 수 있었겠는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도 있다.

1세종실록에는 도루묵은 원래 맥어(麥魚)라고 하였는데 은어로 바뀌었다가 다시 맥어로 되었기 때문에, 환맥어(還麥魚)라 부르게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런 고사 때문에 언제부터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으나, 어떤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고 원점으로 되돌아 온것을 비유하여 “말짱 도루묵이 되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함경도 지방에서는 도루묵을 은어(銀魚)라 하고, 강에서 잡히는 은어는 은구어(銀口魚)라 하여 구별하므로 이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도루묵을 영어로는 Sailfin sand fish, Sand fish라하며, 일본에서는 Hatahata(魚語, 魚神) 또는 Kaminariuo(雷魚)라 하는데, 비바람이 불고 천둥이 치는 날씨가 좋지 못한 겨울철에 잡히는 고기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가물치를 雷魚라 하므로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분류학적으로는 농어목 도루묵과에 속하고 우리 나라에는 도루묵 한 종밖에 없으며, 동해안을 비롯한 북태평양 연안에 서식하는 한류성 어류이다. 몸은 납작하고 위쪽으로 비스듬하게 향한 입은 비교적 큰 편이다. 체색은 등쪽이 황갈색이고, 부정형의 흑갈색 무늬가 있으며, 배쪽은 은백색이다. 크기는 전장 30cm 남짓하고, 몸에는 비늘도 측선도 없다.

 

도루묵

그림 13. 도루묵


저서성 어류이고, 수온이 높을 때는 수심 200m 이상 깊은 곳의 모래바닥에 서식하다가 9월 이후 한류세력이 강해지면 조금 얕은 곳으로 나오고, 연안수온이 8~9℃로 내려가는 겨울철이 되면 해조류가 무성한 수심 2~10m 내외의 얕은 곳으로 몰려와서 산란을 하고, 산란 이후에는 다시 깊은 외해로 나가버린다. 산란을 하기 위해 연안으로 나온 도루묵은 모래속에 숨는 습성이 있는데, 휴식을 취하는 것인지 아니면 환경조건이 부적당한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알을 낳기 위해 연안으로 나오는 10~12월 사이가 바로 도루묵의 어기인데, 주로 삼척이북 해역에서 많이 잡힌다.

수명은 5~7년 정도이고, 성장은 암컷이 만 1년에 7cm, 2년에 15cm, 3년에 19cm, 4년에 21cm로 성장하고, 수컷은 암컷보다. 1~2cm 작은 편이다. 산란수는 1,000~2,000개 전후이고, 알은 지름이 2.5m나 되고, 난막이 매우 두텁고 또 점착력이 강하기 때문에 모자반 같은 해조류 줄기에 덩어리로 뭉쳐서 부착된다. 그런데 도루묵의 알 덩어리는 공처럼 속이 비어있는 덩어리인데, 이처럼 내부에 공간을 두는 이유는 신선한 해수가 알에 골고루 유통되도록 하기 위한 배려이다. 가끔 파도가 심하게 치면 도루묵 알이 부착된 모자반 줄기가 끊어져서 해안으로 떠밀려 오는 경우가 있는데, 바닷가 사람들은 이를 시장에 내다 팔거나 먹어버린다. 그러나 도루묵 알은 난막이 두터워 해안에 떠밀려 와서 상당한 시간동안 노출되어 있어도 수분이 완전히 마르지 않으면 쉽게 죽지 않으므로 다시 바다에 넣어 주면 자원증강에 보탬이 될 것이다.

도루묵의 살은 희고 육질이 여문 편이며, 독특한 지방질을 많이 가지고 있어 맛은 좋은 편이다. 특히 알을 가진 암컷은 고급어로 취급된다.

과거 수산물이 흔할 때에는 1상자 당 30,000원 정도에 거래되었으나, 98년 10월에는 30만원에 경매가 된 것으로 보아 자원감소에 따른 희소가치도 있고, 또 전량 일본으로 수출이 되기 때문에 가격이 높아진 것으로 여겨진다.

일본의 북부지방에서는 도루묵을 염장해 두었다가 일년 내내 즐겨먹으며, 알은 Buriko라 하여 정초에 요리를 해 먹는 풍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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