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둑어 무리는 남북의 극한지방을 제외한 세계 각지에 분포하며, 염분이나 수온에 대한 적응 범위가 넓고 생활력이 매우 강한 어류이다.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의 강 하구 부근에 많이 서식하고 있는데, 전어지(佃漁志)에는 이들 어류의 눈이 망원경 모양이고 성난 사람의 눈과 같으므로 망동어(望瞳魚)라 한다고 하였다.
세계적으로는 700종 이상, 필리핀에는 210종, 일본 근해에는140종, 우리나라에는 47종이 알려져 있다. 크기는 보통 10~20cm이나 인도네시아의 보르네오섬에는 1m나 되는 거대한 종류도 있고, 필리핀에는 성어가 되어도 0.7~1.1cm 밖에 성장하지 않는 Pandaka라는 종류가 있는데, 이 종류는 망둑어뿐만 아니라 모든 어류 중에서 가장 작은 종류이다.
망둑어 무리는 분류학적으로 농어목 망둑아목 망둑어과에속하며 대표적인 종으로는 문절망둑, 짱뚱어 및 말뚝망둥어 (그림 18, A, B, C)를 들 수 있다.
문절망둑은 지역에 따라 문절이, 문주리, 꼬시락 등의 방언이 있고, 영어로는 Yellowfin goby, Common brackish goby, 중국에서는 刺銀虎魚, 有光魚, 光魚, 下尾魚라 하고, 일본에서는 Mahaze(眞沙魚)라 한다.
속설에 의하면 꼬시락이라는 방언은 고사락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옛날에 전국을 유랑하던 선비들이 주막에서 막걸리 안주로 문절망둑 회를 먹었는데 그 맛이 매우 좋아, 즐거워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선비들이 먹고 즐거워한 물고기라 하여 고사락(古士樂)이 되었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또 우질어(牛池魚)라고도 하는 데, 쇠고기를 꾸짖는다는 의미로 쇠고기보다 맛이 더 좋다는 뜻에서 생겨난 이름이다. 실제로 망둑어 종류 중에서 제일 맛이 좋다.
문절망둑은 전장 20cm 전후이고, 눈이 머리 위에 있고, 좌우의 배지느러미는 합쳐져 흡반을 형성하여 돌이나 바위에 흡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암수 구분은 제2등 지느러미의 크기로 하는데, 수컷은 제2등 지느러미가 커서 꼬리지느러미까지 달하고, 암컷은 이보다 조금 짧아 꼬리지느러미에 미치지 못한다.
내만성 어류로서 하구 부근에 몰려서 살고 때로는 강을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겨울이 되면 조금 깊은 곳으로 이동하는데 이때가 산란기다 (1~5월경), 산란장은 간조시 수심 2~7m쯤 되는 진흙질 또는 사니질 바닥인데, 여기에 구멍을 파고그 속에 산란을 한다.
이 산란공 공사는 전적으로 수컷이 도맡아 해야 한다. 바닥에 구멍을 파기 위해서는 입으로 흙을 물어내야 하기 때문에 수컷은 입이 커지고 머리 모양이 납작하게 변한다. 따라서 산란기에는 암수 구별이 더욱 확연해진다. 다시 말하면 산란기의 수컷은 머리가 발로 밟아 놓은 것처럼 납작하고 입도 매우 커진다. 산란공 공사는 먼저 뻘 바닥에 20~80cm 간격 2개를 만들고 각 구멍에서 아래로 터널을 파 들어가는데, 대개 35cm 깊이에서 두 터널이 합쳐지고, 여기서 다시 아래로 지름 약 5cm 되는 구멍을 파내려 간다. 따라서 전체 모양은 Y자 모양이다. Y자의 V부분은 출입구로 사용하고, 부분은 산란장소로 이용한다(그림 19, A).
이런 산란공 공사가 끝나면 수컷은 밖으로 나와 신붓감을 맞이하여 구멍 속으로 함께 들어가서 신방을 차린다. 암컷이 산란을 하면, 수컷이 정자를 사정하여 수정을 시키는데, 문절망둑의 수컷은 정자의 양이 매우 적으나 구멍 속에서 수정되기 때문에 분산이 적어서 효과적으로 수정시킬 수 있다. 산란수는 대개 6,000~30,000개이고, 알의 한쪽에 부착사가 있어 갱도의 벽에 부착시켜 둔다. 암컷은 산란 후 밖으로 나가 버리고 수컷 혼자 남아서 지느러미를 움직여 신선한 물을 보내는 등 약 한 달 정도 알을 보호한다.
부화된 자어는 그 해 가을이 되면 7~8cm로 성장하여 최소성체로 되며, 겨울철 번식기에 산란을 하게 된다. 그러나 개중에는 그 해에 산란하지 않고 다음 해에 산란을 하는 것도 있다. 한 번 산란을 하고 나면 대부분 죽고 약 10% 정도는 살아남는다고 하므로 문절망둑의 수명은 1~2년이다.
자산어보(1814)에는 망둑어무리를 대두어(大頭魚)라 하였고, 大頭魚(속명 先祖魚), 目魚(속명 長同魚) 및 刺魚(속명 魚) 등 3종을 소개하였다. 이중 目魚는 지금의 짱뚱어를 말하고, 啓魚는 어떤 종류를 말하는지 확실하지 않으며, 大頭魚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이 설명을 하였다.
“大者二尺弱頭大口大體細色黃味甘而體遊於潮汐往來之 處性頑不畏人故釣捕甚易冬月穿泥而塾食其母故似稱無祖 魚云黑山間有而不堪食產於近陸者甚佳,
큰 것은 2자가 조금 못된다. 머리와 입은 크고 몸은 가늘다. 체색은 누른감이 있고, 맛은 매우 달다. 조석이 왕래하는 곳에서 살고 성질은 매우 완강하여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으므로 낚시로 잡기가 매우 쉽다. 겨울에는 뻘속에 파고 들어가 칩거한다. 그 어미를 잡아먹는 습성이 있으므로 무조어라 한다는 말도 있다. 흑산에는 가끔 보이지만 소량이라 먹기가 어렵다. 육지 가까운 연해에서 잡히는 것은 매우 맛이 좋다.”
이상의 설명으로 보아 대두어는 지금의 문절망둑이 아니겠는가 하는 추측이다.
짱뚱어는 보행을 하거나 뛰는 습성이 있는 어류로 유명하며, 영어로는 Bluespotted mud hopper, Mud hopper라 하고, 중국에서는 大彈塗魚, 일본에서는 Mutzugoro(練五郎)라 한다. 자산어보 (1814)에는 凸目魚, 속명으로 長同魚라 하였으며,
“狀類大頭魚而色黑目凸不能游水好於泥跳躍凉水而行, 모양은 대두어를 닮았고, 체색은 검고 눈은 튀어나와 있으며 물에서 헤엄을 잘 치지 못하고, 뻘 바닥에서 도약하기를 좋아하며 물 위를 다니기도 한다.”라고 설명하였다. 크기는 18cm 전후, 몸은 청색을 띤 회색 또는 암녹색 바탕에 백색의 반점이 산재한다. 눈은 작고 머리 꼭대기에 있으며 아래 눈꺼풀이 발달하여 눈 전체를 덮을 수도 있다. 다른 어류와 달리 눈꺼풀이 발달하는 것은 간조시 간석지 생활을 할 때 광선을 조절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림 18. 망둑어류 (A, 문절망둑 B, 짱뚱어 C, 말뚝망둥어)
제1등 지느러미의 기조는 사상으로 길게 연장되어 있고, 배지느러미는 흡반으로 되어 있어 물체에 부착할 수도 있다. 가슴지느러미는 다른 어류와 달리 육질부의 자루가 있고 그 끝에 지느러미가 있어 마치 사람의 팔과 같은 구조를 하고 있어 보행을 하거나 도약을 하는데 사용한다. 간조시 갯벌 위에서 가슴지느러미를 팔과 같이 사용하여 기어 다니기도 하고, 꼬리를 구부렸다가 펴면서 뛰어다니기도 한다.
사람이 가까이 가면 구멍속으로 숨거나 급히 바다로 뛰어들기도 하고, 머리를 물 위로 내밀고 헤엄치는 습성도 있다. 뻘 바닥의 갱도 속에서 사는데, 갱도는 직경 3~4cm, 깊이 20~35cm쯤 되며, 서식 갱도에는 타원형의 산란실이 있어 그 천정에 약 500개의 알을 부착사로 매달아 둔다. 산란기는 6~8월, 산란실에서 더욱 깊이 수직갱도를 파는데 표면에서 이 수직갱도까지의 깊이는 1~1.5m나 된다. 암컷은 산란 후 산란실을 떠나지만 수컷은 부화될 때까지 산란실에서 알을 보호한다.
먹이는 간조시 노출되는 뻘바닥에 번식하는 규조류 등을 빨아먹으나 물속에 있을 때는 동물성 플랑크톤도 먹는다.
전라남도에서는 짱뚱이라 하고, 간조시 갯벌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을 낚아 올리거나 구멍 속에 숨어있는 것을 잡는 장면은 매우 진풍경이다. 뿐만 아니라 짱뚱이는 별미로서 석쇠구이, 매운탕, 회 등으로 즐겨먹고 있다. 또 어떤 일이 복잡하여 뭐가 뭔지 잘 모를 때에 쓰는 말로 “짱뚱이 구멍은 열두 구멍이다”라 하기도 한다.
짱뚱어는 간이 매우 크고 맛이 좋은데 그릇에 담아두면 황색의 투명한 지방이 나온다. 이와 같이 간장에는 지방이 많기 때문에 짱둥어를 말리면 몸에 지방이 퍼지므로 이것을 양초대용으로 쓸 수도 있다.
말뚝망둥어는 영어로 Walking fish, Mud hopper, Duskymud hopper라 하고, 중국에서는 彈塗魚,海鬼, 泥族, 일본에서는 Tobihaze(跳沙魚)라 한다.
형태는 짱뚱어와 유사하지만 조금 작고, 제 1등지느러미 연조가 길게 연장되어 있지 않다. 눈은 작고 역시 머리 위에 있으며, 배지느러미는 흡반상이고, 가슴지느러미는 육질의 자루에
그림 19. 망둑어의 산란공 (A, 문절망둑 B, 말뚝망둥어 C, 짱뚱어. D, 말뚝망둥어의 알)
지느러미가 붙어 있어 간석지를 뛰어 다니기에 적당하고, 만조가 되면 암초나 석벽에 올라앉아 물 위에 상반신을 드러내고 있다.
간조시 갯벌에 뛰어 다니므로 피부가 광선에 노출되어 쉽게 건조되므로 이따금 웅덩이를 찾아 몸을 적시기도 하고 또 입속에 담고 있는 물을 교환하기도 한다.
말뚝망둥어나 짱뚱어가 직사광선에서도 장시간 견딜 수 있는 것은 아가미에 습기만 유지되면 호흡이 가능하고, 입과 목구멍에도 혈관이 많아 어느 정도 호흡을 할 수 있으며, 꼬리로도 피부호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하품을 하는 것 같이 입을 벌리는 것은 가스 교환을 하기 위해서다. 산란기는 6~7월경이고, 산란습성은 짱뚱어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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