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

2022년 01월 17일 by 한숨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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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明太)는 관혼상제 등의 의식에는 약방의 감초 격이고, 병후회복이나 노인들의 건강유지에도 좋은 영양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시원하고 담백하여 국이나 찌개로 즐겨 먹는데, 사실은 생명을 유지하고 세포의 성장에 필요로 하는 리진, 히스티진, 시스틴, 티로신, 트리프토판 등 필수 아미노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간유 중에는 비타민 A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영양면에서도 매우 우수한 물고기다.

분류학적으로는 대구목 대구과에 속하며, 영어로는 Alaskapollack, 일본에서는 Suketo-tara(底峰), Suketo라고 한다.

한류성 어류로서 수심 50~450m되는 수층에서 수컷은 중층에, 암컷은 저층에 떼를 지어 생활한다. 산란기는 12~3월, 한 마리의 산란수는 25만 ~ 40만 개, 수명은 8년 이상이다.

동해에는 연중 명태가 서식하지만 수온이 높은 계절에는 수심 500m전후의 깊은 중층에서 생활하다가 겨울철 산란기에는 100m 내외의 얕은 곳으로 이동하는데, 이 때가 명태잡이 어기이다.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명태 어업은 지금부터 300년 전쯤 함경북도 명천군(明川郡)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며, 이때부터 명태란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명천군에 사는 태(太)씨 성을 가진 어부의 낚시에 이상한 고기가 잡혔으나 아무도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 후 함경도 관찰사 민 씨가 명천 지방을 순시했을 때 이 고기를 먹었는데, 이름이 없음을 알고 어획의 유래와 장소, 어부 등을 기념하기 위하여 명천군의 명(明) 자와 어부 태(太)씨의 성을 따서 명태(明太)라 명명했다고 전해진다. 이런 이야기는 송남잡지(松南雜識)에

“我國元山島所產而明川地吉不捉矣明川太性人如得北魚大 而肥美故名明太”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 강원도 간성군(현 양양군)에서는 고려시대부터 북어(北魚)라는 이름이 있었다고 하며,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는 생선은 명태, 건물은 북어라 부른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그물로 잡은 것은 망태, 낚시로 잡은 것은 조태, 새끼는 노가리, 도루묵을 뒤따라온다고 하여 은어 바지라 하며, 이외에도 동태, 애태, 왜태, 강태, 간태 등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명태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어 전부 식용으로 하는 물고기로도 유명하다. 알은 명란젓, 간으로는 간유, 창자는 창란젓,아가미는 아가미젓을 만들어 먹고 심지어는 마른명태에서 뽑은 눈알로는 명태 눈알 요리를 만들어 술안주로 먹는다.

마른명태는 싸리나무로 눈을 꿰어 1패씩 만드는데, 이때 나오는 눈알만도 1태(2,000마리)에서 약 2되가 된다고 한다.

예로부터 이 눈알은 작업하는 사람들의 몫으로, 팔아서 부수입을 올리기도 하였다. 1934년경의 함경남도 명태눈알 생산량은 235,310되(4,706원 20전)나 되었다고 하니 당시 명태가 얼마나 많이 잡혔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시장에 팔고 있는 마른명태는 20마리씩 꿰어서 1급(級) 혹은 1연(連), 한두럼, 한쾌라 하고, 30쾌(600마리)를 1짝, 100 쾌(2,000마리)를 1태(默), 100짝(60,000마리)을 1바리라고 한다.

명태는 잡는 사람과 건조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데, 질 좋은마른명태(황태)를 만들 때는 대관령이나 진부령 등 내륙 산간에서 건조를 시킨다. 땅에다 지주를 박고 지주와 지주를 연결하는 횡목을 걸쳐서 여기에 명태를 걸어두고 겨울 내내 말린다. 이 명태 건조시설을 덕장 혹은 덕이라 하고 木변에 德자를 쓴다.

겨울철에 덕에서 명태를 건조하면 체내의 수분이 얼었다 녹았다 하는 사이에 육질 속에 기포가 생겨 살이 부드러워진다. 건조 시의 기후에 따라 근육의 색이 다르게 나타나는데, 기후가 적당하면 살이 약간 황색을 띠고 그렇지 않으면 백색을 띤다. 전자를 황태라 하고 품질이 좋아 비싼 값에 거래되고, 후자는 품질이 떨어지는 백태라 한다.

“이 사람 눈에 명태껍질 발랐나”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가까이 있는 물건을 빨리 찾지 못할 때 쓰는 말이다. 명태가 흔한 지방에서는 눈병이 났을 때 약방에서 파는 안대 대신 마른 명태 껍질을 물에 적셨다가 눈에 발랐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또 입술이 터졌을 때에도 명태 껍질을 붙이면 효과가 있다고도 한다.

옛날 함경도 삼수갑산(三水甲山) 사람들 중에는 영양부족으로 멀쩡한 눈을 가지고도 물체를 잘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들이 겨울 동안 어촌에 와서 명태를 실컷 먹고 나면 거짓말처럼 눈이 밝아지곤 했다는데, 이는 아마도 명태간유의 효과였을 것이다.

명태는 오랜 세월 우리들이 많이 먹어온 서민적인 물고기였기 때문에 명태와 관련된 속담도 생겨났다. 하고 있는 일에 상관없는 엉뚱한 일에 관심을 둘 때에는 “명태 한 마리 놓고 딴전 본다.” 재산이나 규모가 점점 축소될 때에는 “북어 껍질 오그라들 듯한다.” 허위나 과장을 비유할 때에는 “북어 뜯고 손가락 빤다.”라는 비유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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