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어보 (1814)에는 복어를 돈어(純魚), 속명으로는 복전어 (服全魚)라 하였고, 찜純(검돈, 속명 찜服), 鵲純(작돈, 속명 加齒服), 滑純(활돈, 속명 密服)雄純(삽돈, 속명 加七服), 小純(소돈, 속명 拙服), 觸純(위돈, 가시복) 및 白純(백돈, 흰복)등 7종을 소개하였다. 이와같이 복어는 한자로 아이라 쓰기도 하나하돈(河豚)이라고도 한다. 해돈(海豚)이라면 몰라도 왜 河豚이라 할까?
복어 중에 황복이라는 종류는 입춘 경에 알을 낳기 위해 바다에서 강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내륙지방의 강에서도 잡을 수가 있다. 바다어업이 성행하지 못했던 옛날에는 강에서 잡히는 황복이 사람들에게 먼저 알려졌을 것이다. 옛날 중국 사람들이 강에서 잡은 지금의 황복을 보고 河豚이라 불렀기 때문에 이것이 계기가 되어 모든 복어를 지금도 河豚이라 부른다. 해돈(海豚)은 돌고래를, 강돈(江豚)은 양자강에 서식하는 돌고래를, 수돈(水脈)은 쏘가리를 말하므로 유의해야 한다.
돼지 돈(豚)자를 복어에 사용한 것은 복어가 돼지와 같이 뚱뚱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입술이 두터워 돼지주둥이를 닮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배를 부풀려 돼지와 같이 소리를 내기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서기 581~619년 수나라의 의학서에도 河豚이라 기록되어 있고, 북송시대의 유명한 문인 소동파(1036~1101)의 시에도 다음과 같이 河이라 쓰고 있다.
“竹外桃花三兩· 春江水暖鴨先知妻蒿满地蘆芽短正是河豚欲上時 대나무 사이로 복사꽃 가지가 뻗어 나오고, 봄 시냇물의 따뜻함은 물오리가 먼저 알더라, 쑥은 싹이 나서 땅을 덮고, 갈대싹이 짧게 나오니, 지금이야말로 황복이 올라오고 싶어하는 때이다.”
그런데 일본에는 중국이나 우리 나라처럼 강에 올라오는 황복이 분포하지 않고, 전부 바다에서 잡히는 복어만 있는 데도 복어를 모두 河隊이라 쓰고 fugu라고 발음한다. 일본말의 기(fugu)는 우리말의 복어에서 유래했는데, 발음을 잘못하여 2-72-72-77로 변형시켜 불렀다는 설이 있다. 또 일설에는 복어가 적을 만나면 부-부하는 소리를 내어 위협하는 습성이 있어 7라 하였다고도 한다. 福자의 발음도 72이므로 일본에서는 복어를 福魚라 쓰는 경우도 있고, 또 富久라 쓰는 사람도 있다. 영어로는 물을 분사한다하여 Puffer, 배를 부풀린다는 뜻에서 Swell fish, 둥글다는 뜻에서 Globe fish 등으로 부른다.
바다에 살다가 산란을 하기 위하여 강으로 올라오는 황복은 옛부터 맛이 좋기로 이름난 어류인데 지금은 자원이 감소하여강에서 잡은 황복을 먹어 보기가 어렵다.
소동파는 “복어의 맛은 죽음을 불사할 정도의 맛”이라고 극찬을 하기도 했고, 또 다른 사람들은 진미, 옥찬(玉끔), 기미(奇味)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맛이 매우 뛰어나다. 매성유(梅聖兪)의 시집에는
“春洲获芽 春岸飛揚花河豚於此時貴不數魚蝦 이른 봄 갈대싹이 돋아나고, 버드나무 꽃이 날아다니면,황복의 맛이 각별해지니 수많은 물고기나 새우에서 찾아볼 수 없는 귀한 맛이다.”
라고 표현하였고, 또 어떤 고서에는 복어를 먹으면 신통하게도몸 속의 불화가 없어지고 엄동설한 추위도 잊어버리게 한다고하였고, 복어는 천계(天界)의 옥찬이 아니면, 마계(魔界)의 기미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우리 나라에는 금강, 한강, 대동강, 임진강, 압록강 등 주로서해로 유입되는 강에는 봄에 진달래가 필 무렵부터 황복이올라와서 벚꽃이 만개하면 산란을 하고 벚꽃이 지면 자취를감춘다. 이들 강 하류역 사람들은 예로부터 황복을 즐겨 먹었으며 지금도 옛날의 그 맛을 못 잊어 한다. 중국에서도 양자강, 황하강, 요하강의 하류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황복을 매우즐겨 먹었다고 한다.
황복은 강의 중류까지 올라와서 산란을 하고 다시 바다로내려간다. 평양 대동강에는 산란기에 접어든 황복이 하류에서90km나 떨어진 곳까지 올라온다고 하며, 강으로 올라오는 시기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진달래꽃이 필 무렵이면 올라오기 시작하여 벚꽃이 피는 4월중 하순~5월중 하순까지 산란을 하고 아카시아 꽃이 지면 바다로 내려간다. 그러나 산란기 중이라도 비가 오면 하류로 내려가 버린다.
복어 종류는 세계적으로 120~130여종이 알려져 있고, 중국이나 일본 근해에는 40여종, 우리 나라 근해에는 20여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대개 바다에 서식한다.
복어의 몸에는 비늘이 변해서 된 작은 가시가 있는데, 보통 때는 뒤쪽으로 누워 있으나 복부가 팽창되면 바로 서게 된다. 이것은 복부팽창에 의한 위협효과를 더 높이기 위한 것이다. 배지느러미가 없고, 이빨은 모두 유합되고 중앙에 하나의 봉합부가 있어 2개로 분리가 된다. 따라서 복어의 이빨은 윗니, 아랫니가 각각 2개씩이다.
일반적으로 복어는 새우, 게, 불가사리, 성게, 조개, 오징어, 문어, 어류 등 각종 동물을 광범위하게 섭이하는 동물식성이나 간혹 위 내용물 중에는 해조류가 섞여있는 경우도 있다.
복어는 재미있는 습성이 많다. 예컨대, 갑자기 물 밖으로 잡아 내거나, 놀라거나, 화가 났을 때에는 위장에 연결된 팽창낭이라는 주머니에 물 또는 공기를 넣어 복부를 팽창시키는 습성이 있다(그림23), 팽창습성은 유어기, 미성어기에 현저하.고 성어가 되면 거의 없어진다. 20㎝정도 되는 복어는 약 10의 물이나 공기를 삼키는데 이것을 토해낼 때에는 결코 먹이를 함께 토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복어는 갈비뼈가 퇴화되고 없기 때문에 팽창에 더욱 유리하게 되어 있다.
복어가 왜 복부를 팽창시키는지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몸을 크게 부풀려서 적을 위협한다는 위협설, 팽창낭에 물을 넣어 입으로 분사하는 분수설, 이 외에 표류설, 보조호흡설 등이다.
위협설은 적에게 공격을 받았을 때 급격히 몸을 부풀려서 위협을 준다는 설이고, 표류설은 공기를 들여 마셔서 몸을 가볍게 한 다음 수면에 떠서 바람이나 조류를 따라 표류한다는 설이다. 보조호흡설은 간조시 수심이 얕은 곳에 있을 때 몸속에 넣어둔 공기로 호흡을 한다는 설이고, 분수설은 팽창낭에 물을 넣은 다음 입으로 강하게 내뿜어서 분사한다는 설인데, 이들 중 분수설과 위협설이 가장 지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복어는 입으로 물을 분사하여 모래 속의 먹이를 찾아내기도 한다.
그림 23. 복어의 팽창낭(검은 부분)
복어류는 복부팽창습성 외에 해저의 사니중에 매몰하는 습성도 있다. 이것은 적으로부터의 도피, 야간휴식, 환경악화, 질병 등의 경우에 볼 수 있는 행동이다. 여름철 고수온기의 양식장에서도 매몰습성을 볼 수 있다. 수온 28℃이상의 고수온기나 10℃이하의 저수온기에는 모래 속에 들어간다. 그런데 모래가 없는 바닥이나 그물 가두리에서도 월하가 가능한 것으로 보아 잠복습성은 생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 같다.
복어가 공기중에 노출되면 “부-부-하는 소리를 내면서 복부를 팽창시키거나 강한 이빨을 서로 마찰시켜 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바다에 있을 때도 이런 소리를 내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건강상태가 나쁘거나 좁은 공간에 많이 수용하면 이빨로 서로 물어뜯는 습성도 있는데, 이 습성은 자어기 이후 이빨의 형성과 더불어 나타난다. 또 포획 직후에는 위 내용물을 토해내는 습성이 강하여 물을 오염시키기도 한다. 이런 습성들은 종묘생산, 양식 및 수송시에 특별히 유의해야 할 일이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복어지느러미술(鰭酒, Hire-sake)을 많이 마시게 된다. 불에 구운 복어 지느러미를 술에 넣고 우려내면 지느러미의 독특한 향내가 나고, 술맛을 조금 부드럽게 하는 콜라겐이라는 성분도 우러나온다. 뿐만 아니라 지느러미줄기에 들어있는 chondroitin이라는 성분도 나오는데 이것은 사람의 건강에 유익한 물질이다. 또 술을 마시기 직전에 불을 붙여 증발하는 알콜과 불순물을 태워 버리므로 알콜도수가 낮아지고 불순물이 줄어들어 머리가 아프지 않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느러미술이 인기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복어종류를 잘 선택해야 한다. 적갈색을 띤 복어의 지느러미를 사용하면 위험이 따를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때문에 위험 부담이 없고 복어 지느러미와 같은 맛을 낼 수 있는 다른 어류의 지느러미술 개발이 절실하다. 현재는 붕어의 지느러미나 연어 종류의 지느러미 및 철갑상어의 지느러미가 유력시되고 있다.
복어의 살은 지질이 0.3%에 불과하므로 매우 담백하고 근육섬유의 연결부에는 콜라겐이 매우 많다. 따라서 회로 먹을 때는 얇게 썰지 않으면 육질이 질기다.
복어의 가장 맛있는 부위는 이리(정소)라 할 수 있다. 흰점복 등 한 두 종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복어 정소는 독이 없기 때문에 요리를 할 때에는 제일 맛있는 부분으로 친다.
옛날 중국에서는 복어의 정소를 서시유(西施乳)라고 하였다. 서시(西施)는 춘추시대(BC770~403) 월(越)나라의 미녀 이름이다. 월나라와 오(吳)나라가 전쟁을 하여 월나라가 패배를 했다. 이때 월나라의 왕 구천(勾踐)이 오나라 왕 부차(夫差)에 게 넘겨준 미인이 서시인데 신분은 천하였으나 매우 아름다웠다.고 한다. 그 후 부차는 서시에게 빠져 고소대(姑蘇臺)를 짓는 등 정사를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구천과 범소백(范少伯)의 침입을 받아 오나라도 결국 망하게 되었다. 왕이 정사를 돌보지 않고, 미색에 빠질 정도의 미인이니 얼마나 아름다웠겠는가. 서시유란 서시의 유방에서 나오는 젖이라는 뜻이다. 부드럽고 흰 복어의 정소는 맛이 매우 좋고, 또 희고 둥글기 때문에 서시의 풍만한 유방에 비유하여 서시유라고 한 것 같다.
복어를 먹는 나라는 주로 우리 나라, 중국, 일본 등이지만, 고대 이집트 왕릉의 벽화에서도 복어가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이집트인들도 복어를 먹었거나 아니면 독에 대하여 무엇인가 알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나라의 패총에서도 복어뼈가 출토된다고 하니 신석기 시대인 약 5000년 전에도 식용으로 한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복어의 맛은 좋으나 독 때문에 문제가 되었던 것은 아래의 기록으로 보아도 짐작이 간다. 2200여년 전 고대 중국 진시황제 때의 산해경(山海經)이라는 책에도 복어를 먹으면 사람이 죽는 수가 있다라고 기록이 되어 있으며, 1814년 조선 순조 14년에 정약전(丁若链)이 저술한 자산어보에도 본초강목(本草綱目)을 인용하여 까치복(純)에 대하여 아래와같이 기술하고 있다.
“毒最甚或云三月后則爲斑魚不可食(出本草綱目), 심한 독이 있어 3월 이후에 복어를 먹어서는 안 된다.” “冠宗奭云, 味雖珍味修治失法食之殺人又鮑魚之肝及子皆大 毒陳藏器所稱入口爛舌入腹爛陽無藥可解者宜可頌也, 관종석은 말하기를 그 맛은 진미이나 요리를 할 때에 잘못 조리해 먹으면 사람이 죽는다. 이는 복어의 간과 알에강한 독이 있기 때문이다. 진장기에도 입에 넣으면 혀가굳어지고, 배안에 들어가면 창자가 굳어지는 데, 그에 대한약이 없으니 부디 삼가 먹어야 한다.”
동의보감에는 복어를 河이라 하였고, “性이 溫(一云凉)하고 맛이 하며 有毒(一云大毒)하다. 虛를 하고 濕을 하며 腰脚을 조리하고 侍中을 죽인다. 강물에 나니 건드리면 노기가 뱃속에 가득 차서 팽창한다. 또 뺐魚,吹魚,夷라고도 한다. 이것이 大毒이 있으니 맛이 비록 좋으나 修治하기를 法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살은 독이 없고 간과 알에大毒이 있으니 修治할 때 간과 알과 등심과 창자 속의 피를깨끗이 씻어야 한다(本草), 미나리와 같이 달여 먹으면 毒이없어진다고 한다(俗方).”라고 설명하였다. 아마도 황복을 말하는 것 같고, 오늘날에도 복어요리에는 미나리가 필수적으로 들어가는데, 과연 복어독을 얼마나 해독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