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독

2022년 01월 18일 by 한숨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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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을 가지고 있는 어류는 세계적으로 수백 종이 알려져 있는데 이중 경구적 독인 복어의 독을 가장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복어는 맛은 좋으나 독이 강하여 가끔 생명까지 잃는 경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동양 사람들은 즐겨 먹으며, 생선 중에서 가장 값비싼 종류 중 하나다. 복어의 독은 여름철 꽃이 필 때 가장 강해지므로 이때는 복어를 먹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 시기가 복어의 산란기다. 다시 말하면 산란기 때 독성이 제일 강하다는 뜻이다.

복어의 독을 Tetrodotoxin이라 하는데 이 말은 그리스어의 tetra(4) + odous(이빨) + toxikon(독)이라는 말의 합성어이다.

일종의 마비성 독인데 복어류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캘리포니아 영원, Atelopus라는 개구리, Rhinogobius라는 망둑어 등 많은 자연계의 생물에서도 Tetrodotoxin이 검출되고 있다. 무색, 무미, 무취이고 약산성에는 안정이나 알카리성에는 불안정하다. 분자식은 CiHiN308이며, 그 구조 중에 guanidy/기(基)가 있다.

복어의 독성은 종류나 어체 부위에 따라 차이가 많은데, 일반적으로 피부가 검거나 청록색의 것은 피부에 독이 없기 때문에 식용으로 하나, 매리복이나 검복의 피부와 같이 적갈색의 것은 피부에도 독성이 강하다.

 

복어 종류별 독력

복어 종류별 독력


앞의 표와 같이 주로 난소, 간장, 창자 및 피부 등에 맹독이 들어 있다. 특히 황복의 난소나 복섬, 흰점복 등의 간장 1g에는 10만 MU, 즉 1g에 들어있는 독으로 10만 g의 쥐를 죽일 수 있는 독이 있으며, 사람은 보통 20만 MU가 치사량인데, 간장 2%만 먹으면 죽는다는 계산이다.

검복(Fugu vermicularis porphyreus)은 특히 난소, 간장에 맹독이 있고 피부나 내장에도 강한 독이 있는데, 검복 암컷 1마리의 독으로 30여명의 사람을 죽일 수 있고, 쥐는 약 220,000마리를 죽일 수 있는 독을 가지고 있다. 또 자주복의 독은 13명을, 쥐의 경우 130,000마리, 졸복의 독은 11명을, 쥐의 경우 113,200마리, 흰점복은 8명을, 쥐의 경우 77,500마리를 각각 죽일 수 있는 무서운 독을 가지고 있다.

복어독을 먹고 일어나는 중독증세는 식후 20~30분에서 6시간 사이에 나타나는데, 빨리 나타날수록 증상이 무거운 경우다. 식후 8시간이 지나도 증세가 없거나 죽지 않으면 생명에는 안전하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치사 시간은 최단시간이 식후 1시간 30분, 길어도 식후 8시간 이내인데 보통은 4~6시간이 제일 많다.

중독 증세로는 처음에 입술과 혀끝에 마비증세가 나타나고, 다음으로 얼굴, 손가락, 손발 등으로 마비가 확대된다. 이어서 두통, 복통, 완통 등이 수반되고 보행곤란, 구토 등으로 이어진다. 구토가 있으면 그래도 나은 편이고, 구토가 없으면 좋지 않은 결과일 때가 많다. 이어서 운동 불능, 지각마비, 언어장애가 오고, 호흡장애, 혈압강하가 수반되며 최종적으로 전신 반사 기능이 소실되어 사망하게 된다.

의학계에서는 중독 환자의 임상증세를 분석하여 다음과 같이 4단계로 나누고 있다(神田 谷, 1937, 1941).

제1기는 식후 20분에서 6시간 사이에 입술이나 혀끝이 마비되고 구토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2기가 되면 지각마비가 심하게 되고 손끝이나 팔다리의 운동마비도 나타난다. 그러나 반사는 인정된다. 3기는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되고 골격근은 모두 이완되며, 소리를 낼 수 있으나 말은 하지 못한다. 호흡곤란, chianose(피부나 점막이 푸르게 되는 현상), 혈압강하가 나타나나 의식은 또렷하다. 4기는 의식이 불명하게 된다. 혈압은 현저히 저하하나 심장은 아직 박동한다. 많은 경우 단시간 내에 호흡정지로 죽게 된다.

그렇다면 복어독은 인체에 어떤 작용을 하기 때문에 이렇게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가?

동물은 신경세포에 자극이 전해지면 신경세포와 신경세포를 연결하고 있는 축색을 통하여 전달이 된다. 자극이 전달 될때는 축색에 있는 미세한 구멍인 나트리움 통로에서 K' 이온이 축색 밖으로 나오고 Na' 이온이 축색 안으로 들어감으로써 전달되는데, 복어독에 중독이 되면 복어독을 구성하고 있는 guanidyl기가 이 구멍을 막아버리기 때문에 Na 이온이 축색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여 자극이 전달되지 않게 된다. 결과적으로 신경의 작용 중지 곧 마비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무서운 복어의 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복어독의 기원에 대하여 과거에는 내인설(內因說)과 외인설(外因說), 다시 말하면 복어 자신이 독을 생성한다는 내인설과 외부의 먹이로부터 흡수 축적한다는 외인설을 주장해 왔으나, 최근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여 외인설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복어독을 만드는 진범은 세균이라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떤 경로를 통하여 복어에게 옮겨지는가 하는 문제는 아직 완전히 해명되지 않았다.

Argino나 Alteromonas등 다수의 세균이 Tetrodotoxin을 생성하는데, 이들 세균은 바다에 널리 분포되어 있다. 그런데 가두리에서 양식한 복어의 근육에는 복어독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그러나 창자에는 독이 있다고 함). 그렇다면 어체에 붙어 있는 이들 세균의 독이 직접 복어에게 축적되지는 않는 것 같고, 저질중의 세균들이 생성한 복어독이 먹이 연쇄를 통하여 복어에게 옮겨지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해저 퇴적물 중의 세균에 의하여 생성된 복어독은 detritus 식자나 미소동물, 그리고 특정한 갯지렁이류, 고둥류, 조개류, 불가사리류 등에 축적되고 이들 중 어떤 것을 복어가 먹기 때문에 축적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복어독에 중독이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결정적인 방법은 아직까지 구명되지 않았다. 복어를 먹고 입술이나 혀끝이 저리는 기운이 있을 때는 손가락을 입에 넣어 토해버리고 물이나 식염수, 중조수를 많이 마셔 구토를 반복하여 위를 씻어낸다. 치료로는 위세척, 링거액, 포도당의 주사, 인공호흡 등이고 이외에 혈압상승제나 호흡촉진제 등을 주사하기도 한다.

최근 일본 佐賀大學 후지이 교수의 연구에 의하여 해독제가 실험적으로 밝혀졌다. 복어독은 복어류에게는 중독이 일어나지 않는다는데 착안하여, 복어류의 간을 조사한 결과 다량의 시스틴이 함유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흰쥐에게 30분이면 치사할 양의 복어독을 먹인 후, 약 20분 뒤 격심한 경련을 일으킬 때 투여 독량의 약 3배에 가까운 시스틴을 피하에 주사를 하였더니 소생하였다고 한다. 이 처방은 앞으로 인체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나 더욱 연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복어류

그림 24. 복어류 (A, 자주복, B, 검자주복 C, 까치복 D, 까칠복 E, 검복 F, 황복 G, 흰점복 H, 복섬 I, 매리복 J, 졸복)


복어독은 사람을 비롯하여 원숭이, 개, 조류, 어류 등 척추동물과 곤충 등 절족동물은 중독 증세를 일으키나, 같은 복어 종류나 패류, 지렁이, 성게, 해삼 등 무척추동물은 중독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복어는 동일한 종류라도 서식 해역이 다르면 독성이 있는 경우가 있고,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수입한 외국산 복어를 국내산 복어와 형태가 동일하다 하여 경험만을 바탕으로 요리를 해 먹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니 주의를 해야 한다. 복어는 왜 독을 가지는 것일까?

복어독의 존재의의는 아직 확실히 구명되지는 않았지만, 외적을 방어하기 위하여, 다른 동물이 싫어하는 기피 물질로 이용하기 위하여 독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이외에 Pheromon(정보전달물질)으로 작용할 가능성이나 스트레스 방지와 질병에 대한 저항성 증가에도 관계될 것으로 추정하는 학자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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