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22종의 뱀장어목 어류가 알려져 있는데, 이들은 한결같이 몸이 가늘고 길며, 배지느러미가 없고, 비늘은 퇴화되었다. 또 야간에 활동하는 야행성이다.
우리나라산 뱀장어목은 뱀장어과, 먹붕장어과, 갯장어과, 곰치과 및 바다뱀과의 5 과로 나누는 데, 뱀장어 과만 담수산이고 나머지는 모두 해산이다. 뱀장어과에는 뱀장어, 무태장어, 인도장어가 있고, 먹붕장어과에는 붕장어, 검붕장어, 먹붕장어 등 7종이, 갯장어과에는 갯장어, 물붕장어 2종이 알려져 있다. 이외 곰치과에 4종, 바다뱀과에 6종이 있다. 이들 중에서 산업적으로 중요한 종류는 담수에 서식하는 뱀장어와 바다에 서식하는 붕장어, 갯장어뿐이다.
이 뱀장어목 어류들은 배지느러미가 없기 때문에 무족류(無足類)라고도 하며, 이중 뱀장어는 작은 둥근비늘이 피하에 묻혀 있으나 다른 종류들은 비늘이 없다.
붕장어는 옆줄 구멍이 뚜렷하고 모두 흰색이며 옆줄구멍 위쪽에 또 한 줄의 흰색 구멍이 있는데 그 수는 옆줄구멍 수 보다. 적다. 갯장어는 주둥이가 길고 턱이 뾰족하고 끝이 안으로 굽어졌으며 예리한 이빨이 있어 통영 지방에서는 이장어라 부른다.
자주 접하는 사람들은 붕장어와 갯장어를 쉽게 구분하나, 가끔 접하는 사람들은 양자를 구분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런데 주둥이나 등지느러미의 위치를 보면 비교적 쉽게 구분할 수가 있다. 즉, 등지느러미가 가슴지느러미의 중앙보다 조금 뒤쪽에서 시작되는 것은 붕장어이고, 주둥이가 뾰족하고 앞쪽의 큰 송곳니는 억세고 날카로우며, 등지느러미가 가슴지느러미 위치보다 조금 앞쪽에서 시작되는 것은 갯장어이다.
자산어보(1814)에는 장어 종류를 해만리(海鰻麗)라 하였고 속명으로는 장어(長魚)라 하였으며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凡魚出水則不能走此魚獨走如蛇非斬頭不可制味甘醴益人 久泄者和鰻鑛作療粥服之則止, 보통의 물고기들은 물에서 나오면 달리지 못하나 이 물고기는 곧잘 달린다. 뱀처럼 머리를 자르지 않으면 죽지 않는다. 맛은 달고 사람에게 이롭다. 오랫동안 설사를 하는 사람은 장어로 죽을 끓여 먹으면 즉시 멈춘다."
또 붕장어와 갯장어 그리고 해세리, 3종류를 소개하였는 데, 붕장어는 해대리(海大權), 속명으로 붕장어(長魚)라 하였고, 갯장어는 견아리(犬牙編), 속명으로 개장어(介長魚)라 하였다. 그리고 해세리(海細驪)는 속명으로 대광어(臺光魚)라 한다고 하였으나 어떤 종류를 말하는지 확실하지 않다.
붕장어는 영어로 Conger eel, Common conger eel, 중국에서는 星級, 일본에서는 Ma-anago(眞穴子)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일본의 영향을 받아 붕장어라는 우리 이름보다는 Anago라는 일본 이름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빨리 고쳐야 할 일이다.
붕장어는 주로 해조류가 무성한 내만의 사니질이나 담수의 영향이 있는 곳 또는 흐름이 약한 섬 주변에 군서 하고, 외해에 개방된 해역이나 흐름이 빠른 내만 해협 등에는 잘 서식하지 않는다. 낮에는 뻘 속에 숨어 있다가 밤에 나와서 활동하며, 서식수심은 10~30m가 보통이나 겨울에는 100m 전후의 깊은 곳으로 이동한다.
체색도 서식장소에 따라 차이가 있다. 연안의 얕은 뻘에 서식하는 것은 등 쪽이 짙은 갈색이고 외해 쪽의 사니저에 서식하는 것은 등 쪽이 암 회갈색, 바위지대에 서식하는 것은 농갈색이 된다. 암컷은 전장 90㎝, 최대 약 106㎝ 정도이고 수컷은 이 보다 작은 40㎝, 최대 45cm 정도다. 붕장어가 성체로 성장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암수 모두 만 4년이나 빠른 것은 3년 만에 성숙하며, 암수의 성비는 6:4로 암컷이 조금 많다고 알려져 있다. 수명은 대개 10년 정도로 추정한다.
붕장어는 성장이 매우 빠른 어류로 알려져 있다. 4~6월경 변태 직후 전장 7~8㎝의 어린 붕장어는 7~8월에 전장 10~15c㎝, 가을에는 20㎝전후로 성장하여 어획대상이 된다. 붕장어의 연령별 평균 전장(3년생 이후는 암컷)은 1년생 14.99㎝, 2년에 29.5㎝, 3년에 43.24㎝, 4년에 56.13㎝, 5년에 67.12㎝, 6년에 77.98m, 7년에 90.04㎝ 정도라고 하였다(高井, 1959).
붕장어도 뱀장어와 같이 일생에 한 번 산란하고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여러 번 산란을 한다는 설도 있다. 산란기는 6~12월, 산란수는 800만 ~ 1000만 개나 되고 부성란을, 산란한다.
뱀장어목 어류의 유생은 어미와는 전혀 다른 희고 투명하고, 납작한 수양버들잎 같은 엽형유생(葉形幼生, Leptocephalus)이므로 붕장어 유생도 예외는 아니다. 붕장어의 희고 투명한 엽형유생은 겨울에서 초봄에 걸쳐 남해안의 정치망이나 멸치그물에 잡히기도 하고, 파도가 치는 날이면 해변에 떠밀려와 죽은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처음에는 10cm 미만의 작은 것이 나타나지만, 3월에는 조금 큰 11~12㎝되는 것이 나타나고 4월~6월경이면 변태를 하여 작은 붕장어로 된다. 길이 13㎝의 엽형유생은 수온 15℃ 내외에서 20여 일 만에 7~8㎝의 어린 붕장어로 변태를 한다. 변태를 하는 동안에는 먹이를 먹지 않는다.
붕장어의 엽형유생을 유리수조에 넣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처음에는 무색 투명하여 체형의 윤곽은 잘 보이지 않고, 까만 눈만 또렷하게 보인다. 그러나 차차 시간이 경과하면, 투명하던 몸이 점차 불투명해지고, 수양버들잎 같이 납작하던 모양이 점점 둥글게 되고 길이도 짧아진다. 또 유영층도 수조바닥 가까운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시기를 변태기라 하고, 약 3주간 지속된다.
과거 남해안에서는 초봄에 잡히는 붕장어의 엽형유생을 먹지 않고 모두 바다에 버렸다. 그런데 최근 통영, 거제, 남해 등지에서는 이것만 전문적으로 잡는 어부가 있고 또 식용으로 하기 위하여 시장에서 판매를 하고 있다. 어부들 간에는 붕장어 유생을 “사백어”라 하며, 회무침이나 국을 끓여 먹는다. 그러나 사백어라는 어류가 별도로 있기 때문에 뱀장어 유생을 사백어라 하는 것은 잘못이다.
사백어(그림 25)는 농어목 망둑어과에 속하는 전장 4~6cm 정도의 작은 어류인데, 학명은 Leucopsarion petersi, 영어로는 Ice goby, 일본에서는 Shirouo(素魚)라 하며, 2~4월경에 거제도 등 남부지방의 하천에 올라와 산란을 하고 죽는다. 사백어(死白魚)는 생시에 유리와 같이 투명하나, 죽고 나면 희게 변하므로 붙여진 이름이다. 거제도와 통영지방에서 병아리라고 하는 어류가 바로 이 사백어다.
그림 25. 사백어
갯장어는 영어로 Purple pike conger, Sharp toothed eel, 중국에서는 海鰻, 灰海鰻, 虎鰻, 狼牙이라 하고, 일본에서는 Hamo(體)라 한다. 전장 2m까지 성장하는 것도 있어 붕장어보다는 큰 편이고, 이빨이 크고 예리하다. 수명은 10년쯤으로 보고 있다.
6~7월이 산란기인데, 이때가 되면 암컷의 복부에는 알이 가득 차고 수컷은 정소가 가득 차기 때문에 소화관이 실과 같이 가늘어져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4~5세에 성어로 되는데 산란기가 된 수컷은 눈이 커지고 암컷을 추미(追尾)하게 된다.
수심 100m 정도의 해저에 서식하나 여름철 해저 수온이 23℃로 되면 40~50m의 사니저로 나오는데 이때가 가장 맛있는 시기이다. 여름철 남해안에서 잡은 갯장어의 회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 붕장어 회보다 더 알아준다. 또 갯장어의 껍질에는 chondroitin이 많아서 사람의 피부 노화방지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갯장어의 유생도 붕장어 유생과 같이 희고 투명한 엽형유생인데, 전장 10㎝쯤 되는 것이 9~10월에 남해안에서 많이 잡힌다. 수온 20℃에서는 약 15일 만에 변태가 일어나고, 변태시 체장은 오히려 축소되어 전장 10cm인 엽형유생은 변태 후 약 7.5㎝로 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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