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물고기를 잡아먹고 살아가는 어식성(魚食性) 어류는 매우 많지만, 보통은 배가 고프면 먹고 배가 부르면 먹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여기에 소개하는 블루피쉬(Blue fish, 그림26)는 좀 다르다.
Blue fish(Pomatomus saltatrix)는 농어목 게르치과에 속하고, 대서양의 표층 가까이에서 대군을 형성하여 회유하는 어류로, 체장 45~60cm 정도이나 간혹 1.2m에 달하는 큰 개체도 볼 수 있다. 몸은 가늘고 길며, 두부와 입이 매우 크고, 이빨이 아주 강하다. 등쪽은 청록색, 복부는 은백색이며, 수천 수만마리씩 무리를 지어 온난한 바다를 회유하면서 다른 어류들을 닥치는데로 잡아먹는 아주 잔인한 탐식성 어류다.
작은 물고기는 통째로 삼켜버리고 조금 큰 것은 꼬리만 잘라먹는 습성이 있다. 어떤 학자는 이 Blue fish를 살아 있는 육절기(肉切機)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별명에 부끄럽지 않게 이들이 떼를 지어 지나간 뒤에는 닥치는 데로 물어 죽여 놓은 수많은 고기 사체와 잘라진 조각들이 떠다니게 되고, 바닷물은 온통 피로 물든다고 한다. 마치 태풍이 지나간 바다처럼 어수선하다고 할까.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많이 먹어 배가 부르면 먹지 않거나 공격을 중지하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나 Blue fish만은 예외다. 지금까지 먹었던 것은 모두 토해버리고 또다시 새로운 고기를 잡아먹는다고 하니, 배가 부르라고 먹는 것인지 먹는 재미로 먹는 것인지, 아니면 죽이는 재미로 먹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Menhaden(Brevoortia류)이라는 대서양산 청어류를 가장 즐겨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 26. Blue fish (Pomatomus)
Blue fish가 Menhaden을 잡아먹기 위하여 어군을 연안으로 뒤쫓으면 기겁을 한 Menhaden떼들은 다급한 나머지 해변의 모래사장에까지 뛰어 오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끔 미국 대서 양측 해변에서 산더미처럼 쌓이고 쌓인 Menhaden의 주검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Blue fish를 피하려다 해변으로 뛰어오른 것이다.
J. R. Norman(1948)의 주장에 의하면 해마다 여름철에는 약 10억 마리 정도의 Blue fish가 북미 대서양측에 회유해 온다고 하였다. 1마리의 Blue fish가 하루에 10마리의 Menhaden을 잡아먹는다고 가정하면 매일 100억 마리가 희생되고, 120일 간의여름 동안 자그마치 1조 2천억 마리의 Menhaden이 희생된다는계산이다. 그러나 이것은 큰 성체에 의하여 희생된 것이고,어린 새끼들이 잡아먹는 것은 계산에 넣지 않는 수치라고 하였다.
희생된 Menhaden 1마리의 무게가 평균 100g이라면 1억2천만톤이나 되는 어류가 Blue fish에 의하여 희생되는 셈이니 엄청난 량에 해당한다. 1990년도 세계 총어획고 9,730만톤 보다.훨씬 많고, 남극에서 매년 잡을 수 있다는 Krill의 양과 거의맞먹는 수치이다. 아까운 일이라고 생각될지 모르나 어류가살고 있는 바다에도 한정이 있기 때문에, 이 만큼 잡아 먹혀야만 생태계에 평형이 유지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Blue fish는 낚시꾼들에게 매우 인기가 높고, 훈제를 하여먹으면 맛이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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