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판상어와 동갈방어

2022년 01월 17일 by 한숨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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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판상어는 그림 22와 같이 머리의 등 쪽에 타원형의 큰 빨판(혹은 吸盤)이 1개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빨판은 제1등 지느러미가 변해서 된 것이고, 다른 어류의 몸에 일시적으로 부착할 때 사용한다. 전장 3.5㎝전후의 치어기에 이미 제1등 지느러미가 타원형의 흡반으로 변한다고 알려져 있다.

빨판상어는 생활방식이 좀 색다르기 때문에 이 빨판이 필수적이다. 대형어류나 고래, 거북같은 대형동물의 몸에 부착하여 따라다니다가 이들이 먹이를 먹을 때 흘리는 조각이 있으면 재빨리 달려가 이것을 받아먹고 살아간다. 항상 대형동물이나 어류의 몸에 부착을 하거나 주위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적의 공격을 받지 않아 안전성 면에서도 유리한 생활방식이다. 몸은 가늘고 길며 작은 것은 30cm, 보통은 60~80cm이지만, 간혹 1m 이상 되는 것도 있다.

영어로는 Shark sucker 또는 Sucking fish라하고, 중국에서는 印, 일본에서는 Kobanzane라고 한다.

상어라는 이름이 있어 연골어류의 상어 무리로 오인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경골어강 빨판상어목 빨판상어과(Echeneidae)에 속하는 경골어류다. 과명의 Echeneidae는 배를 끌고 돌아온다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었다.

세계적으로는 10여종이 알려져 있고, 주로 온대나 열대해역의 외양에 서식하며, 우리나라 근해에도 빨판상어, 대빨판이, 흰빨판이 등 3종이 알려져 있다.

모두 대양을 유영하는 상어, 가오리, 새치 등 큰 어류와 고래, 거북 등의 복부나 항문부근에 부착을 하고, 간혹 선박이나 기타 표류 물체에도 부착을 한다.

 

빨판상어와 흡반

그림 22. 빨판상어(A)와 흡반(B)


어떤 때는 새치류나 개복치의 아가미에 들어가기도 하나 보통은 외부에 부착을 하는데, 부착을 할 때에는 반드시 숙주가 진행하는 방향으로 머리를 둔다. 숙주가 먹이를 먹을 때에 떨어지는 먹이 조각이나 배설물을 먹기도 하고, 선박에서 버리는 음식 찌꺼기를 발견하면 재빨리 떨어져서 받아먹고는 다시 돌아와 부착을 한다. 이외에 동물성 플랑크톤이나 유영을 하는 소동물, 숙주에 기생하는 갑각류 등도 먹는다고 한다. 그러나 숙주가 그물에 잡히면 떨어져 달아나 버리는 영리함도 있다.

큰 어류의 몸에 부착하여 힘 안들이고 이동을 하기도 하고, 장시간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이른바 무임승차, 무전취식을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대형어류나 동물에 부착하여 적으로부터 보호를 받고, 힘들이지 않고 새로운 장소로 여행을 하고, 또 먹다 남은 찌꺼기도 먹을 수 있어 일거양득이 아니라 일거삼득의 이익을 보는 셈이다.

옛날 서양사람들은 이 빨판상어가 배의 항해를 저지하기도 하고, 속력을 빠르게 한다는 전설이 있다. 이런 이야기는 고전문학이나 중세기 문학에도 나오고, 그리스나 로마시대의 화병이나 도자기에도 묘사되어 있다. 서기 40년 로마 네로 황제의 2대 선왕인 카리쿠라 황제가 전함을 이끌고 Gallia 해안에 원정을 갔다가 다음 해 이 전투에서 패전했는데, 이유인즉 황제가 탄 전함에 빨판상어가 붙어서 항해를 저지시켰기 때문이라고 기록되어 있다(A history of fishes, 1931).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지만 열대지방에서는 예로부터 거북을 잡을 때 이 빨판상어를 이용해 왔다.

우선 빨판상어를 잡아서 살려 두었다가 꼬리에 끈을 매어 바다로 놓아 보내면 거북의 몸에 부착을 하게 되는데, 수시로 끈을 슬며시 당겨 거북에 부착 여부를 확인한다. 낚시 바늘 대신에 빨판상어를 이용하는 셈이다. 작은 거북이면 줄만 당기면 끌려오나 큰 거북이면 한 사람이 밧줄을 가지고 들어가서 거북을 묶은 다음 끌어올린다. 홉반의 부착력은 약 5~6kg의 물체가 부착하여도 떨어뜨리지 않을 정도의 힘이다. 이러한 거북 낚시는 콜럼버스가 1494년,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였을 때, 서인도제도의 쿠바에서 처음 목격을 하고 기록해 둔 것을 콜럼버스의 아들이 발표한 것이다. 동아프리카의 잔디발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거북 잡이를 한다고 영국의 크리포드 할무드가 1884년에 보고하였다. 또 오스트라리아와 뉴기니아 사이의 토래스 해협이나 Mozambique 원주민들도 이 방법으로 거북을 잡는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빨판상어가 대어를 부르는 고기로 알려져 있어 어부가 잡으면 매우 기뻐한다. 또 어떤 지방에서는 말려서 전을 부쳐먹으면 열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믿고 있고, 빨판상어를 지니고 있으면 재판을 이길 수 있다는 미신도 있다.

빨판상어와는 조금 다르지만 대형어류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또 다른 어류가 있다. 전갱이과에 속하는 동갈방어 (Naucrates ductor)라는 종류인데, 크기는 60cm쯤 되고 생긴 모양은 방어와 비슷하다.

빨판상어와 같이 다른 어류의 몸에 부착을 하지는 않고, 대형어류의 주위나 한발 앞에서 유영을 한다. 간혹 항해하는 선박을 따라다니기도 한다. 이것은 어찌 보면 대형어류들의 먹이인 청어가 많은 곳으로 길을 안내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Pilot fish라고 이름을 지었다(Lootsman 이라고도 함). 그러나 이런 길 안내는 일부 관찰자의 추정일 뿐 정확한 것은 잘 모른다. 

그렇다면 동갈방어는 왜 대형어류나 선박주위를 떠나지 않고 함께 어울려 다니는가? 대형어류가 먹이를 먹을 때 흘리는 조각이나 선박에서 버리는 음식찌꺼기를 받아먹기 위해서다. 뿐만 아니라 상어 같은 큰 어류와 함께 어울려 다니므로 해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함일 것이다. 그런데 학자들 간에는 Pilot fish가 실제로 먹이가 있는 곳으로 안내를 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고도 하고 또 대형어류들의 피부에 기생하는 기생충을 뜯어먹는다고도 하나 확실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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