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라는 소설에서 늙은 어부가 며칠 만에 낚은 Marlin이라는 거대한 어류가 바로 새치라는 종류이다. 새치류 중에서도 황새치를 낚았는데 노인의 어선보다 60㎝나 더 큰 것이었다고 한다.
새치는 분류학적으로 가다랑이, 다랭이와 함께 농어목 고등어 무리에 속하고, 이들 중 가장 진화한 무리이며, 7천만 년 전에 지구 상에 처음 출현하였다. 근육은 다랭이와 같이 선명한 붉은색으로 고급 횟감이며 사람에 따라서는 다랭이보다 더 좋아한다.
새치나 다랭이 같이 회유성이 강하고 지속적인 유영을 하는 외양성 어류들은 비활동적인 어류에 비해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한다. 때문에 더 많은 산소의 공급을 위하여 Myoglobin이라는 선홍색의 색소를 근육 속에 많이 가지고 있다. Myoglobin은 산소와 결합하였다가 근육에 공급하는 일종의 산소 저장처 역할을 하는 색소이고 근육 단백질과 결합되어 있다. 새치나 다랭이의 근육이 선명한 붉은색으로 보이는 것은 이 Myoglobin이 근육에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새치류는 세계적으로 10여 종이 알려져 있는데, 제1등 지느러미 기저가 매우 길고 배지느러미가 있는 돛새치과와 제1등 지느러미 기저가 매우 짧고 배지느러미가 없는 황새치과로 나눈다. 전자에는 돛새치, 청새치, 녹새치(그림 29, A), 백새치 등이 있고 후자에는 황새치가 속한다.
이들 새치류는 위턱이 아주 길어 창과 같이 튀어나와 있고, 아래턱은 짧아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다(그림 29). 열대 온대 해역의 외양 표층에 서식하며, 수온이 높은 여름철에는 우리나라 남해안에까지 간혹 회유해 오기도 한다. 작은 것은 2~3m에 40~60kg, 큰 것은 4~6m, 체중 1,000kg이나 되는 것도 있다. 정어리, 멸치, 꽁치, 날치, 고등어, 전갱이 등과 같은 표층 회유성 어류들을 주로 잡아먹는다. 그런데 새치의 위 속에서 가끔 새치의 새끼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공식 습성도 있는 것 같다.
새치류 중 제1등 지느러미가 특이하게 발달한 돛새치(그림 29, B)는 제1등 지느러미의 모양과 기능이 돛과 같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며, 전장 3m, 체중 60kg쯤 되는 대형어류다. 영어로는 Sail fish라 하고, 어류 중에서 가장 빠르다고 알려져 있는데 시속 60 mile이나 된다. 빠르게 유영할 때에는 돛과 같이 펼친 등지느러미를 물 위로 노출시키고 바람의 힘을 받으나 평소에는 등 쪽에 접어 넣어둔다.
황새치(Broadbill swordfish)는 큰 것이 4.5m, 1,000kg이나 되고 성질이 매우 사나운 편이고, 표층을 유영할 때에는 제1등 지느러미를 수면 위로 노출시키는 습성이 있으며, 가끔 물 위로 뛰어오르기도 한다.
그림 29. 새치류 (A, 녹새치 B, 돛새치)
이들 새치의 뾰족한 위턱은 부화 후 전장 1~2cm쯤 되면 길어지기 시작하는데 무기로 발달한 것은 아니고, 고속으로 유영하기 위하여 극단적인 유선형으로 적응된 것이라 보아진다. 또 먹이를 잡아먹을 때도 사용한다. 즉, 대양의 표층을 유영하면서 가다랑어, 정어리, 고등어 등의 어군 속으로 돌진하여 주둥이를 옆으로 휘저어서 부딪쳐 죽거나 부상을 당하거나 기절한 놈을 잡아먹는다.
그러나 이러한 새치의 공격이 먹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간혹 선박을 향해서 돌진한다고도 알려져 있다. 실제로 새치의 공격을 받은 선박에 구멍이 나서 침몰한 기록도 있고, 목선의 판자에 새치의 주둥이가 박혀 빼지 못하고 그대로 꽂혀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영국의 어느 의과대학 박물관에는 목선에서 뜯어 온 판자가 전시되어 있는데, 판자에는 깊이 30㎝, 둘레 12cm의 구멍이 뚫어져 있다. 이 판자에 구멍을 뚫은 주인공이 바로 새치라고 한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새치인지는 알지 못한다. 또 영국 박물관에는 두께 55㎝의 판자가 전시되어 있는데, 여기에도 구멍이 뚫려 있고, 이것 역시 새치 주둥이에 의한 구멍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엄청난 힘이다. 예를 들어 체중 270kg의 황새치가 시속 16㎞로 유영하고 같은 속력으로 항해해 오는 선박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면 새치의 주둥이에는 4.5톤이나 되는 힘이 작용하게 되니 판자의 구멍도 이해가 된다.
스리랑카에서 런던으로 항해하던 드렐트노트호라는 선박에 갑자기 구멍이 뚫렸다. 배 밑바닥 동판에 직경 2.5cm 정도의 구멍이 난 것이다. 선장은 새치가 뚫은 것이라며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보험회사 측은 고기가 이런 구 멍을 낼 수 없다 하여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결국은 법정에서 판결을 내리게 되었는데, 판결문에는 “물이 아닌 어떤 물체의 접촉”에 의한 구멍이라 하였고, 부차적인 의견으로 아마도 새치류가 뚫은 구멍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새치에 의한 이런 선박의 공격은 의도적인 공격인지 아니면 우연한 충돌인지는 의문이다. 새치가 가끔 돌고래를 공격하는 일이 있으므로 선박을 고래로 오인하여 공격했을 수도 있음 직하다. 또 표층에서 빠른 속도로 유영을 하기 때문에 방해물이 나타났을 때에는 급정지하거나 방향 전환을 하지 못하여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남태평양의 원주민들은 작살로 찔러서 새치를 잡는데 간혹 화가 난 새치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어부를 찔러 죽인 예도 있고, 보트의 판자에 구멍을 낸 예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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