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바다로 나가서 고기잡이를 하지 못했던 옛날에는 내만이나 강하구에서 쉽게 잡을 수 있었던 숭어가 최고급 어류로 대접을 받았으나, 최근 바다어업이 발달함에 따라 고급 어종의 반열에서 밀려나 서민적인 어류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도 숭어의 알은 캐비어(Caviar)에 버금가는 고급 식품으로 취급하고 있다.
숭어(그림 31)는 농어목 숭어과에 속하고 우리나라에는 중어, 알숭어, 등줄숭어, 가숭어 등 4종이 알려져 있는데 숭어와 가숭어가 많이 잡힌다.
가숭어는 몸이 측편하고 머리는 작으며 주상악골의 후단이 아래로 굽어져 있어 입을 다물면 외부에 노출된다. 서해안에서는 참숭어라 하며, 숭어와 달리 눈은 노란색을 띠고, 지검(脂儉)이 없고 입술이 조금 붉다. 체장 1m까지 성장하고 산란기는 10월경이며 숭어보다 맛이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숭어는 눈에 지검이 발달하고, 어민들은 개숭어라 한다.
자산어보(1814)에는 치어(예魚,, 속명 秀魚)와 가치어(假엘魚,속명 斯陵) 2종류의 숭어를 소개하면서 가숭어인 假예魚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을 하였다.
“狀同真腦但頭稍大目黑而大尤號捷黑山所產只此種其幼者名 要魚, 모양은 참숭어와 같으나 단지 머리가 약간 크고 눈이 검고 크며 매우 민첩하다. 흑산에서는 이 종류만 잡히고 그 새끼는 몽어라고 한다.”
숭어의 옛이름은 崇魚, 秀魚, 水魚, 幽魚 등이고, 임원경제지중 伯漁志에는 고기의 색깔이 검기 때문에 치(鍋)라고 부른다 하였고, 새끼는 모양이 날씬하므로 수어(秀魚)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鑑(치)라는 글자는 榴(치) 자의 絲변을 魚로 바꾼 것인데, 옮는 繼衣(치의) 즉 스님들이 입는 먹장 삼을 말하므로鑑魚란 숭어의 등 쪽 체색이 스님들의 옷 색깔과 같이 검은 물고기라는 뜻이다.
水魚와 秀魚에 대하여는, 조재삼의 송남잡지에 “복숭아꽃이피는 계절에 초망으로 숭어를 잡았다. 이것을 맛본 중국의 사신 熊 씨는 물고기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한 통역관이水魚라고 대답하였다. 사신은 껄껄 웃으며 水魚가 아닌 물고기도 있느냐고 비아냥거리듯이 물었다. 다른 통역관이 재빨리 말하기를 백가지 물고기 중에 가장 뛰어난 물고기이기 때문에秀魚라 한다고 대답을 했더니, 중국 사신은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라는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우리 물고기 백가지, 1994).
숭어는 어체의 크기에 따라 또 지방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숭어의 어린 새끼를 일컫는 모치(€時)라는 이름도 그중 하나이다. 언제부터 모치라고 호칭을 했는지 어떤 의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자산어보 (1814)에는
“其小者俗呼登其里最幼者俗呼毛時亦呼毛堂又呼毛將, 작은 것은 속칭 등기리라 하고, 제일 어린것은 속칭 모치 또는 모당이라 하고 또 모장이라고도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숭어를 영어로는 Grey mullet, Common mullet, Jumping mullet, Black mullet, Striped mullet이라 하고, 중국에서는 검다는 의미로 烏魚라 하며, 일본에서는 Bora(綱, 觸)라 한다.
수명은 4~5년정도 이고, 만 1년생은 체장 20cm, 2년생은 32cm, 3년생은 40cm, 4년생은 45cm, 5년 생은 50㎝로 성장하는데, 특별히 큰 것은 전장 80㎝쯤 되는 것도 가끔 잡힌다.
그림 31. 숭어(Mugil cephalus)
다른 어류와 달리 숭어의 눈에는 지검(脂臉)이라는 투명한 지방질 눈꺼풀이 덮여 있어 매운탕을 하면 눈이 백탁된다. 겨울철에는 지검이 더욱 두터워져 시력이 나빠지게 되고, 수온이 상승하는 봄부터는 다시 얇아진다. 숭어의 이 지검은 수온 하강이나 광선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이 되나 정확한 생태적 의미는 아직 잘 모른다.
숭어는 오염된 해역의 대표적인 어류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오염된 내만에서도 잘 견디는 성질이 있고, 추광성이 강하여 야간에 불을 밝히면 집어가 잘 되기도 한다.
봄이 되면 외해 쪽에서 부화한 치어가 무리를 지어 해안으로 몰려오고, 6~7월 체장 6~9m로 성장을 하면 강으로 올라오는데 간혹 저수지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체장 20㎝전후까지 담수 생활을 하다가 바다로 내려간다. 이와 같이 어린 시기에는 담수에서 생활하다가 성장하면 바다에서 생활하는데 이는 숭어의 특이한 습성 중의 한 가지다. 왜 이렇게 담수와 해수 사이를 옮겨 다니면서 생활을 하는지 생리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런 이동을 삼투압 조절 회유(透壓調節回遊)라고 한다.
또 다른 특이습성으로는 뻘을 먹는 것과 도약하는 습성이다. 2~3월 연안에서 잡히는 체장 3㎝정도의 치어는 저서성 소형 갑각류를 주로 먹고, 5월경이면 규조류, 남조류 등 부착조류나 detritus를 주로 한 유기물과 곤충의 유충 등을 먹는 잡식성으로 전환된다. 이후 더욱 성장하면 창자가 체장의 5~10배로 길어지고 바닥의 뻘을 먹어서 뻘 속의 유기물이나 작은 동물을 먹는 식성의 전환이 일어난다.
이와 같이 숭어는 뻘을 먹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위장의 유문부가 특히 발달하고 벽이 두터워져 주판알과 비슷한 모양으로 되어 있다. 마치 닭똥집과 비슷한 것인데 속칭 “숭어 밤”이라 하고 쫄깃쫄깃하여 회를 먹을 때는 이것부터 먹는다.
숭어는 빠르게 유영을 하다가 가끔 물위로 뛰어오르는 습성이 있다. 꼬리로 수면을 강하게 쳐서 45° 각도로 비스듬히 1.2~1.5m 높이까지 뛰어오른다.
숭어 외에 학꽁치, 꽁치, 꼬치고기 잉어과 어류 등도 도약 습성이 있는데 이런 도약의 원인에 대하여는 정설이 없으나 대개는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먹이를 잡기 위하여, 주위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기생충을 탈락시키기 위하여, 생식시의 흥분, 유희 본능 등의 이유를 들고 있으나 숭어의 경우는 몸에 부착한 기생충을 탈락시키고 몸을 청소하기 위하여 도약한다는 설이 있다.
숭어의 성숙 연령은 암수 모두 만 4년 생이나 수컷은 간혹 3년생이 성숙하기도 한다. 생식소는 오른쪽 것이 조금 크고, 포란수는 약 220만 개 정도다. 알은 침성란이다.
산란기는 해역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10월에서 다음 해 2월 사이이고, 산란장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다. 다만 난류의 영향을 받는 외해 쪽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산란 동작도 확실히 관찰된 예가 없으나 산란 후의 친어 복부를 보면 비늘이 떨어지고 지느러미나 몸에 상처가 많은 것으로 보아, 암초나 자갈, 모래가 있는 해저에 배를 눌러서 방란·방정을 하는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
숭어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어획을 하지만 3~5월경 부산가덕도 근해에서는 150년 이상 이어져오는 들망의 일종인 육수장망이라는 매우 재미있는 어법으로 잡는다.
6척의 배가 50 × 30m나 되는 그물을 숭어가 지나가는 길목의 수면 아래에 펼쳐두고 선원들은 조용히 기다린다. 이때 망지기(어로장) 한 사람이 산 중턱 높은 곳에 올라가서 어군의 이동 상태를 관찰한다. 숭어는 표층 부근을 유영하므로 어군이 이동할 때는 물빛이 검게 변하고 잔잔한 물결이 일어나므로 높은 곳에서는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어부들은 숨을 죽이고 그물당길 준비를 하고 눈은 모두 산 위의 망지기를 쳐다보면서 신호를 기다린다. 숭어 떼가 가장 많이 그물 위를 통과할 시점에 망지기가 깃발을 흔들어 신호를 하면 어부들은 빠른 동작으로 그물을 당겨 올린다. 원시적인 방법이라 생각될지 모르나 어류의 생태를 잘 이용한 현명한 어법으로 보인다.
이 들망어업과 아주 유사한 어업은 다른 나라에서도 전해지고 있는데, 갈리리 호수의 틸라피아 어업이 좋은 예다. 신약성서 요한복음 21장 3절에서 6절에는 “시몬 베드로가 나는 물고기 잡으러 가노라 하매 저희가 우리도 함께 가겠다 하고 나가서 배에 올랐으나 이 밤에 아무것도 잡지 못하였더니 날이 새어갈 때에 예수께서 바닷가에 서셨으나 제자들이 예수 신줄 알지 못하는지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얘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 대답하되 없나이다. 가라사대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져라 그리하면 얻으리라 하신대 이어 던졌더니 고기가 많아 그물을 들 수 없더라.”라는 성경 구절이 있다.
이것을 읽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론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예수의 전능함에 놀라기도 할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갈리리호나 디베라호에는 틸라피아라는 종류가 많이 서식하고 있으며, 떼를 지어 표층 가까이를 유영하고 있으므로, 예부터 망지기가 높은 언덕에 올라가 어군의 이동 방향을 어선에 신호를 하여 그물을 던지게 하는 방법으로 고기를 잡았다.
A History of Fishes(1960) 제20장에는 갈리리호의 내수면 어업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한 사람의 남자가 호안의 조금 높은 곳에 서서 틸라피아 어군을 탐색하고 어군의 움직임을 보트에 있는 어부에게 알리면 즉시 어군이 있는 지점으로 이동하여 그물을 던진다. 호수의 바닥은 큰 돌이 많기 때문에 1인 혹은 2인 이상의 어부가 가끔 물속에 뛰어들어 돌에 걸린 그물을 베껴서 찢어지지 않게 한다.”
갈리리호의 틸라피아 어업이나 가덕도의 숭어 들망어업은 매우 비슷한 방법인데, 이들 어류는 표층 유영성 어류이기 때문에 가능한 어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영산강, 만경강, 청천강, 대동강 하구 부근의 바다가 이름난 숭어 어장인데 이중 영산강 하류인 몽탄강숭어가 제일 맛이 좋아서 조선시대에는 임금님께 진상을 했다.고 한다. 왜 몽탄 숭어가 맛이 있는지 과학적인 해석은 없으나, 이곳의 뻘이 다른 곳과는 틀린다고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이 몽탄 숭어의 알도 가공을 하여 먹었는데 그 맛이 천하일미다. 그러나 양도 많지 않고, 만드는 방법, 먹는 방법 모두가 까다로워 보편화되지는 않았다.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는 주로 전남 영암 지방에서만 전해오는 식품이고 특별한 이름이 없이 그냥 어란(魚卵)이라 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Karasumi(唐墨)라 하여 최고급 식품으로 취급하고, Konowata(해삼 창자 젓), 성게알(雲丹)과 더불어 3대 진미로 여기고 있다.
숭어의 어란을 만들려면 우선 미숙란을 구해서 핏줄이나 잡물을 제거하고 가지런하게 펴서 모양을 잡은 다음 간장이나 질 좋은 소금으로 절인다. 간이 배였다. 싶으면 깨끗한 판자 위에 놓고 그 위에 다시 판자를 덮은 다음 돌로 눌러둔다. 하루에 두 번 정도 꺼내어 붓으로 참기름을 발라서 또 눌러 둔다.
이것을 매일 반복하여 색깔을 낸다. 갈색이 좋은 색이다. 약 1개월 정도 눌러두면 납작하게 모양이 잡히고 적당히 건조된 완성품이 된다. 판자에 눌려서 납작하고 길쭉한 모양이 되었기 때문에 일본 사람들은 당나라에서 들여온 먹과 비슷한 모양이라 하여 唐墨(Karasumi)이라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숭어 알젓을 만들었는지 알 수 없으나, 일본에서는 300여 년 전에 長崎지방에서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숭어 어란은 술안주로 먹는데, 먹는 방법도 매우 까다롭다. 뜨겁게 달군 칼로 가능한 얇게 썰어야 하고 입에 많이 넣고 먹는 것이 아니라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앞니로 조금씩 베어서 잘근잘근 씹으면서 맛을 음미하고 술을 한 모금 마신다. 이때 주의할 점은 다른 음식과 절대로 함께 먹어서는 안 된다. 이유는 그 진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숭어알은 비교적 귀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과거에 민어알을 섞어서 판 예도 있었고, 일본에서는 삼치나 농어 등의 알로 Karasumi를 만들어 팔기도 하였다.
숭어의 알은 동양뿐 아니라 고대 그리스나 이집트에서도 귀하게 여겨 소금에 절인 다음 건조 보관했다가 먹었다고 하며 지금도 이집트, 대만, 쿠웨이트, 멕시코 등지에서는 시장에서 숭어알을 팔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베니스 지방에서는 소금과 식초에 절인 숭어알을 매우 즐겨 먹는다. 숭어알(Karasumi)은 强壯, 不老長壽, 二日醉防止 및 피부미용에 좋다고 알려져 있으며 최고의 진미로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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